염석진은 실존 인물?…900만 돌파 영화 ‘암살’의 진실과 허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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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33년 조선 주둔군 일본 사령관과 친일파를 암살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이 이번 주 안에 관객 1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첫 ‘1000만 영화’다. 12일 현재 관객 수는 약 950만 명.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만큼 영화 속 인물들의 행적이나 사건 중 어떤 것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궁금해 하는 관객들이 많다. 영화 ‘암살’의 진실과 허구를 5가지 질문으로 정리했다.

△영화 속 염석진(이정재)은 실존 인물이 모델이다?

특정 인물을 모델로 하기보다는 그 시대 다양한 인물들의 행적이나 말을 종합해 창조한 캐릭터다. 예를 들어 염석진은 영화 말미 안옥윤(전지현)에게 목숨을 잃기 직전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지 몰랐으니까. 알면 그랬겠어?”라고 한다. 이는 미당 서정주가 해방 뒤 친일 행적에 대해 “일본이 그렇게 쉽게 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는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최동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백의사’의 수장 염동진에서 착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염동진은 1930년대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전개하다 일본 관동군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했고 해방 이후 ‘백의사’를 조직해 공산주의자를 상대로 테러 활동을 전개했다. 관동군에 붙잡혔을 당시 염동진이 일제에 협력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후 지하 독립운동단체인 대동단에서 활동하는 등 친일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김원봉은 백범 김구 선생과 친밀한 관계였다?

영화에는 김원봉(조승우)이 김구 선생과 가족의 안부를 묻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조직해 1920년대 유혈투쟁활동을 이끌었던 실존 인물이다. 다만 영화의 배경인 1933년 당시에는 민족주의자였던 김구 선생과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성향이 강했던 김원봉은 오히려 대립 관계에 있었다. 김원봉은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무장투쟁의 길을 걷다 1940년대 들어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가 이끌던 광복군에 합류, 1942년에는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냈다.

△영화 초반 안옥윤이 가담하는 전투는 실제 있었던 전투다?

영화 초반 김구 선생의 부름을 받고 상하이로 가려던 안옥윤은 일본군이 한밤중에 독립군 주둔지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총을 장전해 일본군 4명을 사살한다. 이 전투가 1933년 한국독립군 지청천 부대가 중국군과 함께 일본군을 대파한 대전자령(大甸子嶺) 전투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은 대전자령 전투가 벌어졌던 7월이 아니라 10월로, 실제 전투를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안옥윤이 실존 인물이었다면 대전자령 전투에 참가해 활약한 뒤 암살 작전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와이피스톨(하정우)이 과거에 가담했던 ‘살부계(殺父契)’는 실존했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예하면, 이상룡의 자손은 공산주의에 충실한 나머지 살부회까지 조직했다. 그러나 제 아비를 제 손으로 죽이지 않고 회원끼리 서로 아비를 바꾸어 죽이는 것이라 하니 아직도 사람의 마음이 조금은 남은 것이었다.” 영화 속 살부계가 친일파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한 조직이었다면 실제 살부회는 젊은 공산주의자들이 봉건 잔재와 구시대의 아버지 세대를 제거하기 위해 결성한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항저우 임시정부 청사는 단칸방이었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설정이다. 1920년대 초반부터 임시정부는 자금 부족으로 열악한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에는 중국인들이 먹다 버린 반찬을 가져와 밥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다. 항저우 청사는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의거를 성공시킨 이후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마련한 장소였기 때문에 상하이 시절보다도 더 열악했다. 현재 항저우에 남아있는 청사 건물은 작은 2층집으로 복원 과정에서 실제보다 좀더 확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움말: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 김성민 케이퍼필름 프로듀서)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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