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국 상전벽해 30년 ‘正史와 野史’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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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탕 30년/우샤오보어 지음, 박찬철·조갑제 옮김/943쪽·4만3000원·새물결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한 1978년 당시 소자본으로 자신의 점포를 낸 ‘거티후(個體戶)’는 은근한 멸시의 대상이었다. 안후이 성에 녠광주(年廣久)라는 해바라기씨 볶는 상인이 있었다. 이름을 포함해 다섯 자만 쓸 줄 아는 문맹이었지만 그가 볶은 해바라기씨는 아주 맛있었다.

유명해진 그의 제품은 샤즈 과즈, 즉 바보네 씨앗이란 상표로 팔렸고 그는 노동자 12명을 고용했다. 하지만 1982년 중국에서 자본가 논쟁(마르크스 이론에 따르면 8명 이상 고용하면 자본가의 노동 착취가 일어난다는 것)이 일어나며 녠광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그를 공개적으로 3차례나 칭찬했고 중국 제일의 상인이 됐다.

1984년 35세의 장루이민은 파산 직전인 산둥 성 칭다오의 한 전자공장 공장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가 이 공장에서 처음 지시한 첫 번째 규칙은 “공장 내에서 아무데서나 대소변을 봐선 안 된다”였다. 그리고 회사의 불량품 70여 대를 관행대로 염가에 처리하지 않고 부숴버렸다. 이 같은 자본주의 방식의 도입으로 장루이민은 중국 최대의 전자제품 업체인 하이얼을 키워냈다.

중국의 자본주의 실험은 이렇게 열악하게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했다고 하지만 중국은 우리보다 더하다. 이 책은 현직 기자인 저자가 1978년부터 2007년까지 기업가의 성공 스토리와 중국 정부의 정책, 사회 분위기 등을 아울러 30년간의 중국 기업사를 다뤘다.

구체제가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가들은 단호한 결단과 금기를 타파하는 과감성을 내세워 사업을 밀어붙였고 결국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됐다. 고 정주영 회장이 현대중공업을 세울 때 영국에 가서 “여기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어 납품할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의 에피소드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책의향기#격탕30년#우샤오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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