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훈아 김갑순씨 별세, 소 팔아 낸 음반 실패뒤 모창가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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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너훈아' 故김갑순/방송 캡쳐화면
사진제공='너훈아' 故김갑순/방송 캡쳐화면
'너훈아 별세'

나훈아 모창 가수로 유명한 너훈아(본명 김갑순) 씨가 간암으로 12일 별세했다. 향년 57세.

고인은 2년 전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12월 병세가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아 왔다.

고인의 동생인 개그맨 김철민(본명 김철순) 씨는 "형은 2년 전 간암 진단을 받고도 노래를 계속해왔다. 입원하는 당일까지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그만큼 무대에 대한 애착이 컸다는 것이다. 김철민은 OBS '독특한 연예뉴스' 인터뷰에서는 "형님이 잠시 요양하려고 지방을 찾았는데 복수에 물이 차 튜브를 착용하고 있으면서도 지인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줬다. 그게 마지막 무대일 것이다. 주위가 울음바다였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처음부터 모창 가수로 출발하지는 않았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했다. 노래 실력은 자신 있었다. 본명 김갑순으로 트로트 앨범 '명사십리'를 냈다. 부모가 키우던 소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제작한 앨범이었다. 하지만, 앨범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혀 버렸고, 김 씨는 노숙인으로, 일용직 노동자로 살며 희망 없는 삶을 이어갔다.

그가 모창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다. 코미디언 고(故) 김형곤이 "나훈아 모창 가수를 하면 성공하겠다"며 '너훈아'라는 예명을 지어줬다. 생계형 모창 가수가 된 것이다. 생전 그의 표현대로라면 '나훈아 대리인생'이 시작됐다.

모창 가수 너훈아에게 열려 있는 무대는 많았다. 고인은 나훈아를 닮은 외모와 뛰어난 모창 솜씨로 20여 년간 전국 밤무대와 축제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방송에도 간간히 얼굴을 비쳤다. 나훈아를 패러디한 CF에 나훈아 대신 나오기도 했다.

나훈아보다 더 바쁜 생활을 했지만, 김씨가 '짝퉁 가수'라는 수식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김씨는 EBS '용서-가면을 벗은 우정' 편에 출연했을 때 "나도 이름이 있는데, 나훈아 선배님 그늘에 묻혀서 '대리 인생' 너훈아로 살아갈까, 자식들에게 아빠로서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모창' 보다는 '가수'로 살고 싶었던 속내를 전했다.

김갑순이라는 본명보다 너훈아로 더 알려진 고인. 포털 사이트에서는 그의 별세 소식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 순천향대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6시. 02-792-1656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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