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서울대축구부,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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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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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입단 대신 서울대 입학… 3인의 고교축구 유망주 당찬 도전장

2012년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해 공부와 축구를 병행할 정완기 강주호 최진혁(왼쪽부터). 대학축구에 돌풍을 몰고 오겠다며 내년 대학축구 리그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12년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해 공부와 축구를 병행할 정완기 강주호 최진혁(왼쪽부터). 대학축구에 돌풍을 몰고 오겠다며 내년 대학축구 리그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욕심 많은 새내기들이 있다. 2011년 서울대 수시모집에 응시해 체육교육과 2012학번으로 입학하는 강주호(18·보인고) 정완기(18·울산 현대고) 최진혁(18·풍생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완기는 올해 SBS 고교클럽 챌린지리그에서 최우수 골키퍼상을 받았다. 강주호와 최진혁은 공격수로 15세 이하 축구대표팀을 경험했다. 고교 시절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이들은 프로 입단이 아닌 서울대 입학을 택했다.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에서 이들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 미래의 다양성과 축구 실력의 발전을 위해 서울대를 택하다


세 선수는 하나같이 서울대 진학을 통해 자신의 미래에 더 많은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강주호는 “지식은 미래의 길을 넓혀준다. 프로선수 외에도 지도자 행정가 등 사회인으로 돌아갔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혁은 “공부는 축구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스포츠심리학을 배우면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대 진학의 최대 난관인 수능

특기자 전형에 지원한 이들이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수능 4개 영역(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중 적어도 1개 영역에서 5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입시전문가들은 “경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꾸준히 들을 수 없는 선수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주호와 최진혁은 중학교 때부터 수업과 축구를 병행하며 미래를 준비해 큰 어려움 없이 수능 관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4월부터 본격적으로 서울대 입시 공부를 시작한 정완기는 의지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사회탐구에서 5등급 이상을 받자고 마음먹고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다. 생전 처음 보는 내용이어서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목표가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반복을 거듭해 결국 성공했다”고 말했다.

○ 서울대 축구부를 강팀으로 만들겠다

서울대 축구부는 대학축구 U리그에서 약체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세 선수는 자신들이 입학한 이상 그런 평가는 이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주호는 “서울대 축구부에 진학한다고 하면 운동실력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도, 축구도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진혁은 “축구선수끼리는 서울대 축구선수를 일반 학생으로 보는 면이 있다.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정완기도 “대학리그를 보다가 서울대 축구팀이 10골 이상 실점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제 내가 왔으니 무실점은 물론이고 팀이 최소 5승 이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축구부 강신우 감독은 “실력 좋은 선수들이 와서 기쁘다. 이제 축구선수들도 운동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공부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성을 키워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 선수들을 잘 키워내 황보관 이용수가 활약하던 1980년대 서울대 축구의 황금기를 재현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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