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GPS 공격에 은박지로 대응하는 한심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지난해 8월 북한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공격을 해 왔다. 휴대전화의 시간이 엉뚱하게 표시되고 통화는 뚝뚝 끊겼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취한 응급조치는 한심했다. 건물 옥상에 있던 안테나 수신기를 건물 뒤편으로 숨기고 은박지로 수신기를 감쌌다. 올해 3월 2차 GPS 공격 때는 외부 신호 차단용 특수도료를 바른 깔때기를 공급해 겨우 위기를 넘겼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어설픈 대응은 그제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사의 국회 국정감사 보고로 뒤늦게 알려졌다. 21세기 최첨단 공격에 1970년대 방식으로 맞서고 있으니 북한이 GPS 공격을 하면 또 당할 판이다.

북한의 GPS 공격은 민(民)과 군(軍)을 가리지 않는다. 군용 GPS는 북한의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우리 군은 해명했지만 F-5 전투기, K-2 흑표 탱크, 214급 잠수함 등 상용(商用) GPS를 사용하는 군 장비가 수두룩하다. 북의 GPS 교란에 당하면 미사일을 국내로 날리는 사고도 생길 수 있다. 실제로 3월 한미 연합훈련 때 일부 포병장비와 해군 군함에 오작동이 발생했다.

북한은 우리 군의 첨단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해 GPS 공격을 기도하고 있다. 시험적인 GPS 공격이 통하는 것을 확인한 북한은 더 정교한 공격기술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다. 북이 휴전선 부근에 전진 배치한 장사정포를 쏘면서 전파 교란으로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빗나가게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아무리 강력한 첨단무기와 전자장비라도 막상 전투가 벌어졌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개발 중인 GPS 공격 방어용 안테나는 2013년에야 공급이 가능하다. 군도 GPS 이외에 관성항법장치(INS)와 열 영상장비, 첨단 레이더 등을 활용한 유도장치를 개발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지금부터라도 민과 군이 긴밀히 협력해 북한의 GPS 교란을 막아낼 기술 개발을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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