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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용진]유로존의 부채위기, 남의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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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용진]유로존의 부채위기, 남의 일만은 아니다

동아일보입력 2011-05-06 03:00수정 2011-05-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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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경제학과 교수, 연세-SERI EU 센터 실행위원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는 세계경제에 불균형한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일반적으로 재정정책, 통화정책, 환율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수단의 조합은 질적으로 비슷하더라도 양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낮은 환율과 적절한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성공적인 경기회복을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물가가 너무 올라 소비를 억제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반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기를 부양하려 했던 미국에서는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분간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국가 사이에서도 소비 감소 정도와 정책 대응에는 차이가 있었다. 2007년 말 독일과 스페인은 9% 정도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실업률은 현재 20%대로 증가한 반면 독일은 오히려 7%대로 떨어졌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은 경제연합에 속해 있기 때문에 동일한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을 공유해야만 했다.

최적통화지역이론에 따르면 경제권 사이에서 자유로운 노동 이동성 또는 재정 이전 시스템에 의한 충격으로 발생한 불균형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정책 공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울과 부산은 동일한 통화정책을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 안에서 노동 이동은 실질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재정 위기로 부각된 불균형은 유로의 생존을 위한 재정 이전과 통합에 대한 토론을 촉발시켰다.


대침체에 당면한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 유럽 5개국, 이른바 피그스(PIIGS)는 재정정책을 최대한 시행해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부채를 축적해 왔다. 독립적으로 통화 및 환율정책을 수행할 수 없는 유로존의 이들 국가에 남은 정책수단이 재정정책이기 때문에 재정정책이 문제의 근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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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은 즉각적인 위기를 완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구(EESF)와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M)은 회원국의 재정정책 자율성을 사실상 배제한다는 조건 아래 창설된 구제금융 준비기구다. 만약 이 기구가 작동한다면 PIIGS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재정, 통화, 환율정책을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들 국가가 발행한 국채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은 이러한 대응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PIIGS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유럽연합(EU) 정책결정자들은 유로가 유지되게 하려면 자유로운 재정 이전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재정 이전의 가능성 유무는 전반적인 EU의 통합에 대한 논의를 앞당기는 정치적 문제다. 그러나 독일 등 기부국가의 구제금융 제도에 대한 항의는 재정 통합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재정 통합의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가운데 PIIGS는 채무불이행 선언 또는 유로존 탈퇴와 평가절하된 자국의 통화 사용이라는 두 가지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두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세계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EU는 한국의 제2의 수출지역이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머잖아 발효될 예정이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유로존의 부채 위기와 구제금융 제도의 이행은 지난 2년간 원-유로 환율 결정에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EU 국가들이 계속되는 침체를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한 이해가 한국에 중요한 과제인 이유다.

김용진 경제학과 교수, 연세-SERI EU 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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