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한국 걸그룹, 디즈니 6공주를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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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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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 ‘렌즈’로 본 디즈니 공주들개성-친근감… 시대 초월한 매력7세→14세→21세→28세→35세아이∼엄마 ‘7년 주기’ 구매욕 자극디즈니, 최근 6공주 한데 묶어 마케팅

오늘날 디즈니가 세계 최대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만화 주인공으로 등장한 ‘공주’들의 역할이 컸다. 왼쪽부터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오로라 공주,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 ‘인어공주’의 애리얼, ‘미녀와 야수’의 벨, 신데렐라. 그림 출처 디즈니 홈페이지
오늘날 디즈니가 세계 최대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만화 주인공으로 등장한 ‘공주’들의 역할이 컸다. 왼쪽부터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오로라 공주,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 ‘인어공주’의 애리얼, ‘미녀와 야수’의 벨, 신데렐라. 그림 출처 디즈니 홈페이지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애리얼), ‘미녀와 야수’(벨), ‘알라딘’(재스민), ‘잠자는 숲 속의 공주’(오로라 공주)에 나오는 6명의 공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 바꿔 이들을 깊이 연구해보면 디즈니가 만들어낸 공주들이 산업적·문화적 측면에서 깊은 의미를 갖고 있으며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도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영자들에게 주는 교훈도 적지 않다.

○ 디즈니 공주들의 성공 비결

디즈니(The Walt Disney Company)는 1923년 월트 디즈니와 로이 디즈니 형제가 설립했다. 세계 최대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디즈니랜드를 비롯한 11개 테마파크와 영화사, 방송사 등을 소유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앞서 소개한 공주들이 디즈니의 성장을 주도했다. ‘백설공주’는 대공황(1929∼1939년)기 부모의 실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행복을 가져다줄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1980년대 말의 유동성 위기에서 디즈니를 구해낸 일등공신도 공주들이었다. 인어공주(1989년), 미녀와 야수(1991년), 알라딘(1992년)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디즈니가 살아났다.

그렇다면 디즈니 공주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꼽는다. 공주 캐릭터는 빼어난 미모와 착하고 적극적인 성격, 아울러 고귀한 신분까지 겸비해 어린이들이 꿈꾸는 이상형이 됐다.

전래설화를 흥행성 있는 동화로 각색한 점도 중요한 성공 요소다. 사실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은 유럽의 설화가 원작이며 이들 원작은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고 선정적이기도 한 ‘성인용 콘텐츠’다. 하지만 디즈니는 이런 설화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만한 내용으로 각색했다.

마지막으로 뛰어난 비즈니스 기획을 들 수 있다. 디즈니는 어린이의 꿈을 키워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그 꿈을 현실에서 구현한 디즈니랜드를 지었으며, 캐릭터 사업(장난감, 그림책, 문구류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디즈니는 1989년 인어공주부터 극장판 애니메이션만이 아닌 DVD나 케이블TV 등 2차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을 채택했다. 또 속편 제작을 겨냥해 상업성이 강한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 디즈니의 7년 주기설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공통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도 1937년 작품인 백설공주와 1940년 작품인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속 오로라 공주에 열광한다.

이와 관련해 1990년대 말 디즈니는 매우 재미있는 이론을 내놨다. 바로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에 대한 ‘7년 주기설’이다. 디즈니는 소비자 조사 결과 35세 전후의 어른과 21세 전후의 젊은 여성이 디즈니 캐릭터 관련 제품을 왕성하게 구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캐릭터 소비에 대한 기존 통념을 뒤엎는 결과였다. 7년 주기설은 이후 디즈니의 마케팅에 큰 역할을 했다.

조사에 따르면 7세 무렵의 아이들은 디즈니 캐릭터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한다. 이들은 부모에게 디즈니 캐릭터의 장난감과 DVD 등을 사달라고 조른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7세 아동을 둔 부모의 나이가 보통 35세 전후라는 점이다. 즉, 디즈니 제품의 사용자는 7세 어린이지만 직접적인 구매자는 약 35세의 어른들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구매를 하는 14세를 전후로 해서는 학용품과 의류 등 디즈니 라이선스 제품의 구매 빈도가 높아진다. 디즈니는 또 21∼28세의 여성들이 공주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결혼적령기의 여성은 백마 탄 왕자를 동경하기 때문에 공주 캐릭터가 반영된 액세서리와 속옷 등을 주로 구매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1990년대 이후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공주를 더욱 여성스럽게, 그리고 왕자를 좀 더 젊은 여성에게 어필하는 캐릭터로 바꿨다. 또 다양한 인종을 겨냥해 뮬란(동양인 여전사)이나 포카혼타스(미국 원주민 추장의 딸) 같은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 디즈니 공주들과 ‘걸그룹’의 공통점


최근 국내 어린이 서적 코너나 장난감 코너에 가보면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다. 각각의 공주 캐릭터가 단독으로 주인공을 맡은 제품이 줄어들고, 6명의 공주가 ‘그룹’으로 등장하는 제품이 늘었다. 이 공주들은 현재 ‘디즈니의 여섯 공주(Disney's Six Princesses)’라는 등록상표로 활동하고 있다. 여섯 공주의 그룹화는 각각의 캐릭터를 별도로 마케팅하지 않고 전체를 통합마케팅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여기에는 비용 절감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 매출 증대라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 특히 디즈니는 여섯 공주를 묶어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개별 캐릭터의 성격을 살려 각각 독자적인 사업을 벌였다. 이런 ‘따로 또 같이’ 전략은 자연스레 새로운 사업영역의 발굴로 이어졌다.

요즘 활동하는 ‘걸그룹’들의 전략은 확실히 디즈니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멤버 개인별로 MC를 하거나 드라마에 출연할 땐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지만 이들이 다시 뭉쳐서 활동할 땐 인지도와 친근감이 커져 한층 높은 효과가 난다. 나아가 한국의 걸그룹들이 디즈니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인 벤치마킹 포인트로 디즈니 공주들의 개성을 꼽을 수 있다. 백설공주는 고난의 극복, 인어공주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이미지, 재스민 공주는 유머러스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김인 딜로이트컨설팅 이사 yinkim@deloitte.com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이사 sungwlee@deloitte.com
정리=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6호(12월 1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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