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진화론, 무엇이 비슷하고 다른가’ 27일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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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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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 부정… 변증법적 인식론 공통분모”
“생명관에 대한 근본적 차이로 양립 못해”

종교와 진화론은 양립 가능한가. 기독교 정통 교리는 진화론과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왔다. 전능한 창조주를 부정하는 진화론은 기독교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유일신을 상정하지 않는 불교는 진화론과 갈등이 거의 없다. 월간 불교문화와 인터넷 불교매체인 미디어붓다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불교방송 법당에서 개최하는 ‘붓다와 다윈의 만남’ 심포지엄은 불교와 진화론의 유사성을 탐색하고 차이점을 정리하는 자리다. 이 심포지엄엔 철학자, 생물학자, 불교학자, 수의학자가 참석해 주제 발표와 토론을 벌인다. 미리 배포한 발제문을 통해 불교와 진화론의 유사성과 차이를 짚어봤다.

○ 닮은점-생명의 근원은 하나, 변화만이 진실

이한구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불교와 다윈 진화론의 인식론과 존재론적 유사성에 주목한다. 이 교수는 “진화론과 불교는 자연 사물이 일정 유형들로 이루어졌다는 본질주의와 세계는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결정론적 사고를 부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불교의 인식론은 부정의 논리학인 변증법에 기초한다. ‘산은 산이요, 산은 산이 아니며, 산은 산이 아닌 것이 아니다’라는 화두도 부정의 논리학을 함축한다. 이는 잘못된 견해를 계속 제거함으로써 높은 단계의 논리로 나아가는 진화론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불교의 윤회설과 연기론(緣起論·모든 생명이 근원은 하나이며 연관돼 있다는 이론)의 유사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부처님의 삼법인(三法印)인 제행무상(諸行無常) 일체개고(一切皆苦) 제법무아(諸法無我)가 진화론과 같다”며 “진화론의 모든 종이 변한다는 원칙은 제행무상, 진화의 과정은 먹고 먹히는 투쟁이라는 것은 일체개고, 인간에게만 고유한 영혼이 있지 않다는 것은 제법무아”라고 설명했다.

○ “진화론은 유물론, 불교는 물질주의 부정” 차이점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불교의 교설과 다윈주의의 유사성은 표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불교의 무아(無我)연기론은 업(業)과 보(報)는 있지만 업을 짓는 작자(作者)는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부모의 유전자(DNA)로부터 몸이 만들어지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유물론적 과학인 진화생물학은 이 지점에서 불교와 도저히 넘기 힘든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생명관의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 안 교수는 “불교가 식(識·정신)을 생명의 본질적인 요소로 보는 데 반해, 진화론은 단순한 물리화학 법칙에 따라 단백질과 DNA로 생명의 탄생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불교가 현상을 설명하는 데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을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점도 진화론과의 양립을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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