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01년 마르코니 무선통신 성공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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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어에 날개를 달아 내보내는 일을 배우는 중이다.”

한 세기 전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무선통신이 최초로 이루어졌을 때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그 감격을 이렇게 전했다.

무선통신을 성취시켜 오늘날 ‘날개 달린 언어’가 휴대전화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게 한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라 아마추어 발명가에 불과했던 이탈리아 청년 굴리엘모 마르코니였다.

1901년 12월 12일 당시 27세의 마르코니는 영국 콘월 주의 폴듀에서 대서양 건너편 3570km 지점에 있는 캐나다 뉴펀들랜드 주의 세인트존스까지 무선으로 문자를 보내는 데 성공한다. 첫 번째 송신 문자는 ‘S’자였다.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가 전파의 존재를 증명한 뒤 이를 연구해 오던 마르코니는 대서양 횡단 무선통신에 성공하기 5년 전에도 자기 집에서 3.2km 떨어진 곳에 무선 신호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었다.

획기적인 발견이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자 마르코니는 영국으로 건너가 무선전신 특허를 취득하고 무선전신 회사를 설립한다.

당시 과학자들은 지구는 둥근 반면 전파는 직진하기 때문에 무선통신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르코니의 실험에서 전파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고 둥근 지구를 건너갈 수 있었던 것은 대기 상층부에 전파를 반사시켜 주는 전리층이 있기 때문이다.

실험 당시 마르코니가 전리층의 존재를 알 리 없었다. 그는 무선통신의 발명으로 1909년 노벨 물리학상을 탔지만 전리층의 존재는 그의 실험이 있은 후 20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된다. 이 덕분에 마르코니는 ‘자신이 이룬 업적에 대해 이론적으로 가장 적게 이해하고 성공한 발명가’로 역사에 남아 있다.

마르코니의 발명 이후 무선통신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과학자들은 전파가 멀리 떨어진 전함의 연료실을 폭발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엄청난 변화가 뒤따랐다.

1912년 타이타닉 호가 침몰할 때 마르코니의 무선은 700여 명의 승객을 구조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휴대전화를 끼고 살며 무선인터넷, 인공위성자동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숱한 무선통신에 둘러싸여 있다.

말년에 파시즘을 선동하는 오점을 남겼지만 마르코니는 에디슨의 말마따나 “약속했던 것 이상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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