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체 전기통한다” 첫 입증…“응용분야 무궁무진”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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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체에 미세한 전압을 가하면 전기가 통한다는 물리학 가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반기술연구소 김현탁 박사(앞줄 왼쪽)팀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절연체에 미세한 전압을 가하면 전기가 통한다는 물리학 가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실험을 진행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반기술연구소 김현탁 박사(앞줄 왼쪽)팀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현탁(金鉉卓) 박사팀이 ‘금속-절연체(부도체) 전이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은 세계 물리학계의 중대한 학문적 업적이자 새로운 첨단 산업분야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기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반도체 트랜지스터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휴대전화, 열 감지소자, 형광등 과전압 방지소자 등 거의 모든 전기·전자기기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응용 범위가 넓어 상업적 가치도 무궁무진하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노벨 물리학상’ 감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어떻게 실험했나

‘금속-절연체 전이 가설’은 네빌 모트 교수가 1949년 제시한 이론으로 금속인 도체와 부도체가 서로 바뀔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가설은 고온 초전도 현상, 반도체에서의 자기저항 현상 등의 문제와 함께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물리학계의 최대 난제였다.

김 박사팀은 자연에 존재하는 모트 절연체로 알려진 100여 개 물질 중 하나인 바나듐옥사이드를 가지고 실험에 착수했다.

바나듐옥사이드에 미세한 전압을 걸자 팽팽하게 밀고 당기던 전자 간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전압으로 인해 전자 하나가 밖으로 튕겨나가면서 구멍(정공)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바나듐옥사이드는 전기가 통하는 금속물질로 바뀌었다. 물론 전압을 가하지 않으면 절연체로 돌아갔다. 이는 일정한 전압을 가하면 도체로 변했다가 전압이 없으면 부도체로 바뀌는 반도체와 같은 원리다.

ETRI의 김 박사팀은 모트 교수의 가설을 반대방향에서 접근해 입증한 셈이다.

○100조 원 시장이 열린다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됐다.

김 박사에 따르면 현재의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나노 시대에 필요한 크기로 줄이기가 어렵다.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쓰는 반도체(실리콘)는 특정 크기 이하로 작아지면 전기가 흐르지 않아 디지털 부품으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소형 나노 시대를 열려면 반도체가 더 작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리콘 등 반도체에 사용되는 물질보다 전기를 금속처럼 잘 흘려주면서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하다.

이번에 규명된 기술을 이용하면 현재의 반도체와 같은 성질을 가진 트랜지스터를 4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까지 줄일 수 있다. 반도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트랜지스터가 개발돼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전파식별(RFID), 온도센서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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