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성호]소금 많이 먹으면 안되는 이유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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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웰빙) 바람이 거세다. 최근 과도한 소금 섭취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런 추세에 당연한 일이다.

소금은 나트륨(Na+)과 염소(Cl-)로 구성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00mg 정도. 이에 비해 한국 사람의 평균 섭취량은 무려 4900mg에 이른다.

즉 한국 사람들은 너나없이 ‘나트륨 과다 섭취’에 노출돼 있으며 되도록이면 소금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트륨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에 김치나 젓갈류와 같이 장기간의 보존을 위한 염장 식품이 많고, 국과 찌개류를 즐기는 음식문화가 있는 데다 패스트푸드와 라면 등 가공식품이 범람하기 때문이다.

반론이 없지는 않으나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압 상승, 즉 고혈압으로 직결된다. 잠자기 전에 라면을 끓여 국물까지 마시면 아침에 얼굴이 붓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혈중 나트륨 농도가 과도할 경우 혈액 등 체액을 증가시켜 농도를 낮추게 된다. 이렇게 양이 증가한 혈액을 심장이 순환시키려면 높은 압력으로 내뿜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이 생기면 큰 힘이 필요해진 심장은 스스로 비대해진다. 고혈압은 특히 노년층으로 갈수록 급속히 느는 대표적 성인병으로 두통이나 현기증을 유발한다. 또 당뇨나 고지혈증과 같은 다른 성인병과 합병증을 일으켜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협심증, 신부전증 등을 초래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생명의 위협이 되기 때문에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트륨은 우리의 적인가? 그렇지는 않다. 반대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육상 동물의 세포는 사실상 약간 짠 체액에 적셔져 있어야만 하며 나트륨이 없으면 생명 유지가 불가능하다. 나트륨은 체액의 양과 삼투압, 그리고 산도(pH)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포들은 에너지원인 ATP를 소비할 때 나트륨-칼륨 펌프를 작동시켜 세포막 바깥으로 나트륨 이온 3개를 배출하고 대신 칼륨 이온 2개를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평상시 세포 바깥에는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에는 칼륨 이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게 분포한다.

또 신경세포에서 이 균형이 깨질 때, 즉 나트륨 이온 채널을 통해 세포 바깥의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밀려들어 오면 전기적인 충격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활동전위’이다. 이 활동전위가 없으면 감각도 느낄 수 없으며 뇌의 활동도 정지된다. 그뿐 아니라 근육의 운동도 조절이 되지 않으므로 바로 심장이 정지하여 사망한다. 따라서 혈중 나트륨 농도는 정교하게 조절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과 신장으로 이어지는 조직들의 상호 조절이 존재한다.

소금을 과다 섭취하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삼투압 센서가 나트륨에 의한 삼투압 증가를 감지하여 뇌하수체 후엽에서 항이뇨 호르몬인 ADH 분비를 자극하고, ADH는 신장에 작용하여 수분의 배출을 억제한다. 또한 센서는 뇌로 하여금 갈증을 느끼게 하여 물 잔에 손이 가는 행동을 유발한다. 체액의 양이 늘어나는 메커니즘이다.

또 신장은 일련의 호르몬 분비와 효소활성 조절을 통해 신장의 염분·수분 재흡수 비율을 조절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현재 다양한 혈압조절 약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미한 고혈압 상태라면 먼저 체중을 낮춰 체액량을 줄이고,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와 다시마 같은 음식을 즐겨 먹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돌아봄이 좋을 것이다.

이성호 상명대교수·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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