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육조거리 실측평면도 발견

  • 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31분


코멘트
대한제국 시기 서울 광화문 앞 육조거리의 관청 건물 배치와 각 건물의 구조를 담은 측량도가 발견됐다.

서울대 건축학과 전봉희(田鳳熙·40) 교수는 정부기록보존소 부산지소의 지하 문서고에서 1907∼1910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육조거리 실측도 ‘광화문외제관아실측평면도(光化門外諸官衙實測平面圖·사진)’를 발견했다고 31일 밝혔다.

조선의 정부관서가 있던 육조거리 관청들의 정확한 크기와 위치가 표시된 실측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면도는 가로 세로 68cm×100cm 크기의 도면에 잉크로 작성한 것으로 600분의 1 척도로 그려져 있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현재 문화관광부 청사 등이 있는 동쪽에는 내부-법무원-학부-탁지부-법관양성소가, 맞은편인 서쪽에는 근위대대-경시청-군부-법부-통신관리국이 차례로 늘어서 있다. 조선조 말까지만 해도 동쪽에는 의정부-이조-한성부-호조 등이, 서쪽에는 예조-중추부-사헌부-병조-형조-공조 등이 있었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서열이 가장 높았던 의정부와 예조가 각각 내부와 근위대대로 바뀐 것은 일본이 국권 강탈과 함께 주요 관공서 체제를 일본식으로 바꾸어가는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예조는 고종 때 군사지휘부인 중추원과 서울 황성을 지키는 시위대로 바뀌었다가 1907년 고종 강제 퇴위 후 일본 군대가 들어오면서 사실상 황실을 감시하는 근위대대로 개명됐다. 의정부는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없어지고 내각이 새로 들어섰다가 다시 내부로 이름이 바뀌면서 통감부의 집행부 기능을 하게 됐다.

이 측량도의 작성 시기와 관련해한국건축사를 전공한 자료 발굴자 전 교수는 “근위대대와 경시청 등의 설치 시점을 고려할 때 1907년 이후이며 법관양성소가 폐지된 1910년 이전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