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조성된 여야총재회담 성사 분위기는 개인간의 이해관계 저울질이나 기분에 의해 좌우될 사안이 아니다. 이는 엄연히 여야 최고지도자가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약속이 11일 오후를 기점으로 일단 물건너가는 듯하다. 이날 국민회의에서는 정계개편을 전제로 한 국민회의 자민련 합당설을 흘렸고,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김대통령을 향해 “제정구(諸廷坵)의원이 ‘DJ암’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는 등 극언을 퍼부었다.
양당이 여야총재회담 개최를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달내 총재회담 개최불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12일, 여야 어느쪽에서도 자성의 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여야는 그동안 정국경색에 염증을 느끼는 여론에 떼밀려 협상 테이블에 나섰지만 ‘총재회담을 해봤자 얻을 게 없다’는 속내를 비쳐온 게 사실이다. 양측은 총재회담 개최 협상을 진행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되뇌며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을 내세워왔다.
사무총장끼리 조율할 수 있는 이견이었다면 굳이 총재회담을 개최하라는 여론이 비등했을까. TV를 통해 회담 개최를 약속한 ‘높은 분’들의 책임있는 태도가 아쉽다.
박제균<정치부>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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