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제균/총재회담 약속 「겉따로 속따로」

  • 입력 1999년 3월 12일 19시 0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월21일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대우하겠으며 총재회담도 언제든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3월2일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야당을 존중하겠다는 뜻이라면 대통령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성된 여야총재회담 성사 분위기는 개인간의 이해관계 저울질이나 기분에 의해 좌우될 사안이 아니다. 이는 엄연히 여야 최고지도자가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약속이 11일 오후를 기점으로 일단 물건너가는 듯하다. 이날 국민회의에서는 정계개편을 전제로 한 국민회의 자민련 합당설을 흘렸고,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김대통령을 향해 “제정구(諸廷坵)의원이 ‘DJ암’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는 등 극언을 퍼부었다.

양당이 여야총재회담 개최를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달내 총재회담 개최불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12일, 여야 어느쪽에서도 자성의 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여야는 그동안 정국경색에 염증을 느끼는 여론에 떼밀려 협상 테이블에 나섰지만 ‘총재회담을 해봤자 얻을 게 없다’는 속내를 비쳐온 게 사실이다. 양측은 총재회담 개최 협상을 진행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되뇌며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을 내세워왔다.

사무총장끼리 조율할 수 있는 이견이었다면 굳이 총재회담을 개최하라는 여론이 비등했을까. TV를 통해 회담 개최를 약속한 ‘높은 분’들의 책임있는 태도가 아쉽다.

박제균<정치부>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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