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 혼란… 검사키트는 문제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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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정책 이야기
최근 폐렴으로 사망한 17세 소년, 검사 결과 일정하지 않아 논란
코로나19 진단에 쓰는 검사키트…승인은 받았지만 성능 평가 아직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최근 폐렴 증상을 보인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신뢰성을 놓고 보건당국과 대학병원이 공방을 벌였다. 대학병원은 총 9번의 검사를 진행했는데 마지막에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8번째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고 마지막 검사에서는 양성이 약하게 나왔다. 보건당국은 검사실의 문제로 판단해 해당 대학병원의 진단검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그런데 검사키트의 위양성(코로나19 음성인데 양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것) 문제는 없었을까.

최근 기자가 경북 경주시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봉사를 했을 때 1차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2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검사자의 잘못 혹은 검체의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해당 사례가 너무 많았다. 실제 30명의 1차 음성 판정 가운데 20여 명이 양성으로 나왔다.

사망자의 검체를 검사한 4가지 검사키트는 음성으로 나왔는데 유독 한 업체에서만 양성이 나왔다면 검사키트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총 다섯 종류의 검사키트가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들을 이용한 검사 건수는 현재까지 30만 건이 넘는다. 검사키트의 성능을 어느 정도 판별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검사키트의 위양성, 위음성 등 평가지표는 한 달 정도면 나오기 마련인데 아직까지 아무 얘기가 없다.

만약 지난해에 17세 고등학생 사망과 같은 환자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고열이 있고 X선 사진에서 폐렴 소견이 나왔다면 의료진은 당연히 환자를 입원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입원 이후 코로나19 판정이 나면 중소병원은 시설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어서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응급상황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입원환자가 코로나19로 확진돼 병동 폐쇄를 경험한 김상규 푸른병원장은 “모든 의료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심환자가 왔기에 병동 일부만 2주간 코호트 격리됐다”며 “중소병원을 2주 동안 폐쇄하면 환자들에게도 불신을 받는 등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급성충수염(맹장염) 환자가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고열이 난다는 이유로 입원이 지체된 일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병원을 폐쇄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푸른병원 사례처럼 병동을 부분적으로 폐쇄하거나, 소독을 마치면 신속히 재개하는 융통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따뜻한의료정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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