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횡설수설/우경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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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는 담뱃잎을 쪄서 피우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니코틴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나뉜다. 이 중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정부가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사용 자제를 권고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와 연관성이 의심되는 폐질환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액상형 전자담배를 2, 3개월 동안 꾸준히 피웠던 30대 남성이 폐질환으로 입원했다가 금연 이후 호전돼 퇴원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없는데도 폐가 염증을 일으켰다.

▷2003년 개발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115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특히 2015년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와 구별이 어려운 쥴(JUUL)이 출시되면서 부모나 교사의 감시를 피하려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미국에선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한 폐질환 사망자가 33명,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479건으로 집계됐는데 79%가 35세 미만이었다(10월 15일 기준). 18세 미만만 보면 15%였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청소년이 많이 피우기 때문인지, 어린 폐에 더 위험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독성물질로는 대마 유래 성분(THC)과 이를 기화시키는 데 필요한 비타민E 아세테이트, 그리고 계피 버터 바나나맛 등 가향물질이 의심받고 있다. 먹으면 안전한 가향물질도 흡입하면 초미세입자로 폐에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재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보통 담배에 비해 간접흡연 폐해가 덜하다는 인식이 있어 실내 흡연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런 전자담배 에티켓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액체를 기화시켜 나오는 연기(에어로졸)에는 유해 화학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에어로졸처럼 입자가 작을수록 폐에는 치명적이다. 아직 유해 성분과 그 유해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흡연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를 700만 명으로 추정한다. 이에 비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망 사례가 적은 것 아니냐는 반박도 있다. 그러나 흡연이 장기적으로 누적돼 폐질환을 일으키는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짧은 기간 사용으로도 폐질환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아무리 담배가 그 외형을 이리저리 바꾸어 봐도 해롭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심리적으로 담배의 효용이 있을지 모르나 건강에는 백해무익한 것이 분명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액상형 전자담배#전자담배#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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