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서원 문화’ 현대적으로 계승… 온고지신 본보기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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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 자연친화적 경관 입지를 구현한 한국 서원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도 제공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 자연친화적 경관 입지를 구현한 한국 서원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도 제공
경북 안동시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首都)’를 표방한다. 2006년 7월 이 브랜드를 특허 등록한 이후 안동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는 2014년 ‘세계와 유교의 소통’을 목표로 한국정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유교를 생활과 접목하는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지역의 유서 깊은 유교문화가 고스란히 스며 있는 서원은 핵심 문화콘텐츠다. 이번에 안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등재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서원 문화를 미래의 가치로 계승 발전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 널리 공유될 수 있도록 온고지신(溫故知新)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학문 및 학파의 전형을 이룬 도산서원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1501∼1570)을 기리기 위해 조선 선조 7년(1574년) 그의 문인(門人)과 제자들이 세웠다. 안동 출신인 퇴계는 중국 성리학이 한국에 정착되고 체계화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의 연구와 저술들은 많은 후손들의 지침서가 됐다. 그의 주도로 16세기 중후반 서원 건립 운동이 활발했다.

2017년에는 대만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공자와 맹자의 종손이 안동을 방문하는 일이 있었다. 공자 79대 종손 쿵추이창(孔垂長·44), 맹자 76대 종손 멍링지 씨(孟令繼·41)와 우쿤훙(吳坤宏) 타이베이 민정국 부국장 등 일행이 퇴계의 묘소를 참배하고 종택과 도산서원 등을 둘러봤다.

도산서원은 앞에 낙동강이 흐르는 경사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서원이 낙동강과 평야를 바라보는 형태다. 자연친화적 경관 입지를 구현한 한국 서원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문 진도문(進道門)에 이르러 올라오던 길을 돌아서서 내려다보면 남쪽으로 낙동강 물줄기를 가둔 안동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퇴계의 강학(講學)처였던 도산서당을 모태로 그의 사후 서원으로 건립됐다. 현재도 강학 공간 전면에 도산서당이 있다.

도산서원은 건축 양식이 간결하고 소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산서당은 퇴계가 주변의 도움으로 4년 만에 겨우 세 칸짜리 규모로 완성했다. 한 칸은 골방이 딸린 부엌이다. 퇴계는 볼품없는 도산서당이 오히려 크다며 불편한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이 작은 공간에서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추구한 불후의 업적을 남겼다.

도산서원은 사림 문학의 대표적 교류 및 창작 공간으로 꼽힌다. 많은 인물들이 도산서원을 주제로 무수한 시문(詩文)을 남겼다. 주변 경관을 표현하는 시문 3000여 작품이 지금까지 전해온다.

김진원 경북도 문화유산과장은 “도산서원은 제향 공간과 강학 공간을 비대칭으로 설정해 서원 건축의 혁신을 보여준다. 경북의 서원 건축 배치에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서원의 역사에서 학술 정치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상징적인 곳이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풍광을 즐기고 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풍광을 즐기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병산서원

병산서원운영위원회는 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고유제 및 표지석 제막식을 열었다. 지역 주민, 향내 유림, 문중, 서원 및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축하했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의 15대 종손인 류창해 병산서원운영위원장은 “서애의 인문정신문화를 계승하고 올바른 가치관 확립을 위해 병산서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원들과 협력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애의 제자, 후손이 1613년에 건립한 병산서원은 조선시대 대표적 유교 건축물로 꼽힌다. 낙동강의 은빛 백사장과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고 병풍을 둘러친 듯한 ‘병산’이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할 만큼 풍광이 빼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누각 건물인 만대루(晩對樓)는 백미로 꼽힌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병산의 자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면 7칸과 측면 2칸이 나타내는 화면은 각각 다른 모습을 연출해 보는 이들이 절로 감탄한다. 서원 앞의 자연 경관을 하나로 합쳐 극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구조물이라는 평가다.

만대는 당나라 두보의 시 백제성루(白帝城樓)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경북도는 안동 도청 신도시 본관 앞에 기둥 60개를 세워 만든 83m 길이의 회랑을 서원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만대루를 본떠 만들었다.

유생들이 교육을 받던 강당인 입교당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절제된 마음과 자연을 지켜가고자 하는 민족성을 잘 보여주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병산서원은 한국 서원의 발전 과정을 잘 보여준다. 교육 기능뿐만 아니라 공론의 장으로 확장한 대표적 사례다. 만인소(萬人疏·조선시대 유학자 1만여 명이 조정에 건의를 한 상소)를 처음 작성하는 등 공론 기능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곳이다. 병산서원 목판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에 포함됐다. 이곳에 있는 다양한 고문서들은 병산서원이 지역의 공론을 모으고 조정해 나간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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