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 이찬혁 “군 전화로 멜로디 전달”·이수현 “그 저음질, 못 잊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7일 06시 57분


‘악동’이 돌아왔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사랑받았던 악동뮤지션(이찬혁(왼쪽)·이수현)이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2년 2개월 만에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이 돌아왔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사랑받았던 악동뮤지션(이찬혁(왼쪽)·이수현)이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2년 2개월 만에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정규 3집 ‘항해’로 2년2개월 만에 컴백한 남매듀오 ‘악동뮤지션’

이찬혁
수록곡 10곡 군 복무 중 제작
한 달가량 배 타며 만들기도
뱃노래·고래 등 바다와 연관

이수현
멜로디 달달 외운 오빠 대단해
솔로 준비 세번 실패, 공백 느껴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찬혁·이수현)이 새로운 ‘항해’를 위해 닻을 올렸다. 그동안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악동’만의 재기발랄함은 버리고, 한창 생각이 많을 나이(?)인 20대가 된 만큼 ‘철학’과 ‘자유’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고민의 흔적이 25일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항해’다. 이번 앨범은 오빠 이찬혁이 2017년 해병대 자원입대한 후 2년 2개월 만에 선보인 것으로 이들은 “그 시간 동안 스스로 가꿔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이들은 따로, 또 같이 보낸 시간 동안 한층 성숙해졌고, 음악도 바다의 깊이만큼 깊어졌다. 그룹 이름도 이번 활동부터 ‘악동뮤지션’에서 ‘악뮤’로 줄여서 부르기로 했다. ‘악동’(樂童)이 ‘즐거운 아이’라는 뜻인데, 아이 ‘동’이 음악성에 제한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포함해 수록곡 10곡은 이찬혁이 군 복무하며 만들었다. 군부대의 특성상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한 달가량 배를 타며 썼다.

“3집의 키워드가 ‘떠나다’에요. 제가 사회를 떠나 복무를 하면서 시작된 거니까요. ‘뱃노래’ ‘물 만난 물고기’ ‘고래’ 등 바다와 연관된 가사가 많죠. 뱃멀미도 심했는데 ‘밤 끝없는 밤’은 멀미를 하면서 만들었어요. 하하하!”

휴대전화나 인터넷이 없는 현실에서 곡을 만들다보니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가사와 멜로디를 볼펜으로 수첩에다 써 내려갔다. 멜로디를 녹음해야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녹음기가 없어)멜로디를 달달 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무반에서 생활하는 날이 오면 군 전용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생 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타 연주와 함께 부른 멜로디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면 수현이 녹음했다. 수현은 그런 오빠가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멜로디가 얼마나 음질이 좋겠어요. 그런데 저음질의 멜로디를 듣다보니 뭔가 울림이 있는 거예요. 그걸 제가 느낀 감정으로 표현해보기도 하고 다시 오빠에게 들려주고….”

악동뮤지션.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는 계기도 됐다. 수현은 “예전에 오빠가 방에서 게임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힘든 작업 속에 나온 것 같아 굉장히 미안했다”면서 그런 마음을 담아 구구절절 손편지를 썼단다.

“오빠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됐죠. 오빠는 작사·작곡, 저는 노래에 재능이 있어 어릴 때부터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빠가)군대에 있는 동안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3번이나 엎어졌어요. 그때 오빠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어요.” (수현)

“제가 없는 동안 수현이가 혼자 예능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등 혼자 활동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더욱더 그렇다는 걸 알게 됐고요.” (찬혁)

쌍둥이보다 더 많이 닮은 남매는 서로의 빈자리를 느끼며 성숙해졌다. 이들이 이날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도 ‘성숙’이다.

찬혁은 “그동안의 악동뮤지션 음악은 동생 수현이의 발랄한 성격에 맞춰졌다. 악동뮤지션과 잘 어울려서 제가 타협하면서 따라가는 식이었다”며 “이번 앨범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담았다. 수현이 잘 따라와줬다. 그런 면에서는 제가 많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수현이 손사래를 쳤다. 찬혁이 사회와 단절돼 느꼈을 음악적 갈증을 풀어주고 싶었단다. 오빠에게 맞춰주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맞춰 가다보니 그게 또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 뿌듯해했다.

이런 두 사람은 수록곡 하나의 제목처럼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다. 새 앨범의 수록곡은 다음 날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부터 ‘줄 세우기’를 했다.

“세상에 어디 이런 남매가 또 있을까요? 이런 과정은 부부들이 겪는 건데 저희가 거치고 있더라고요”라고 웃는 동생의 말에 오빠는 민망한듯 “제발 그만해!”라고 말했다.

● 악동뮤지션

▲ 이찬혁 1996년 9월12일생·이수현 1999년 5월4일생
▲ 2013년 SBS 오디션프로그램 ‘케이팝 스타2’ 우승.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 2014년 1집 ‘플레이’로 정식 데뷔
▲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음반상
▲ 2016년 정규 2집 ‘사춘기’ 발표
▲ 2017년 9월18일 이찬혁 해병대 자원입대
▲ 2019년 정규 3집 ‘항해’ 발표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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