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문화센터 수강생이 VIP”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정기방문-충성도 높아 매출 큰도움
업계 위기감 겹쳐 모시기 경쟁 치열
‘미래고객’ 어린이 강좌 확대

백화점 업계가 봄을 맞아 문화센터 수강생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센터가 백화점 전체 매출 기여도가 높은 VIP 고객들의 산실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소비 시장이 침체된 데다 온라인과 모바일 위주로 쇼핑 트렌드가 바뀌면서 백화점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 회원들은 일주일에 1∼3번 정기적으로 백화점에 나와 강좌를 듣는다. 회원의 방문은 구매로 연결될 확률이 높고, 집객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백화점 업계가 문화센터 회원들을 반기는 이유다.

1일 신세계백화점이 신세계아카데미(문화센터) 회원의 지난해 구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이 전년 대비 20% 올랐다. 회원 중 구매고객 수도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이 4.6%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일반 고객이 월평균 1.2회 백화점을 찾은 반면, 신세계아카데미 회원은 월평균 약 8회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들이 문화센터 강좌 회원을 더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짜는 이유다.

다른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생 1인의 지난해 평균 구매 금액은 363만 원으로, 일반 고객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현대백화점 분석에 따르면 문화센터 회원은 하루 평균 백화점 방문 시간이 6.4시간으로 일반 고객(2.2시간)보다 3배 가까이로 높았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1980년대에는 주부 노래교실로 대표되는 공간이었다. 주 고객인 40, 50대 여성들의 교양과 여가 생활을 위해 시작됐다. 이후 1990년대 재테크 등 자기계발, 2000년대 미술사·어학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점차 이용 층이 넓어졌다. 지금은 요리, 음악, 건강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젊은 세대를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몸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를 겨냥해 봄 학기에 성인 대상 요가, 발레 등 건강 강좌 30여 개를 마련했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빠랑 키즈 쿠킹’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등 7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강좌를 운영한다. 전 점포에서 운영하는 1만여 개 강좌 중 이 같은 어린이용 강좌가 40%를 차지한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봄학기에 7세 이하 자녀를 둔 아빠들을 상대로 한 주말 강좌를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렸다.

어린이 강좌를 늘리는 것은 온 가족을 백화점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20, 30대 부모 고객이 자녀를 데리고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일반 학원 대비 저렴한 비용도 인기의 한 요소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문화센터는 3대를 한 번에 붙잡을 수 있는 콘텐츠”라며 “어린이 강좌를 만들면 엄마와 할머니까지 오고, 온 김에 한 번이라도 백화점을 더 둘러보고 간다”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송충현 기자
#백화점#문화센터 수강생#정기방문#충성도#매출#미래고객#어린이 강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