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과학 에세이]기후변화, 그 치명적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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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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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과학평론가
김재호 과학평론가
 1896년 스웨덴 한 화학자가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평균온도가 비례 관계임을 밝혀냈다. 정교한 컴퓨터의 도움 없이 계산한 예측치는 적중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5.6도만큼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되는 시점을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다. 산업혁명과 그 이후 변화할 환경적 요소까진 감안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화학자는 물리화학의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한 스반테 아레니우스다. 그는 1903년 노벨 화학상(전기해리이론)을 수상했다.

 2050년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온도는 6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2016년 12월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기준 이산화탄소 농도는 404.48ppm을 기록했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양서류가 멸종하고, 산호의 백화현상(해조류가 사라짐)이 일어난다. 생물다양성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2도 상승하면 산호가 사라지고 생물 종의 4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 3도가 오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5도가 오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의 도시들이 대부분 물에 잠길 수도 있다. 

 2016년은 지구가 생긴 이래 가장 뜨거운 해였다. 이 기록은 3년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온도는 섭씨 14.83도였다. 20세기 평균에 비하면 0.94도가 높은 수치다. 북극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4도 상승했다. 북극이 중요한 건 태양열의 대부분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연평균 기온 13.6도를 기록해 가장 더운 해였다. 여름철 폭염과 이상기온은 많은 동식물을 죽게 했다.

 과학자들은 NOAA와 NASA의 데이터 외에 영국 기상청, 비영리 환경단체인 버클리 지구(Berkeley Earth)의 자료들을 분석했다. 지구 기후 모델을 사용해 화산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 태양 및 지구 궤도의 변화, 온실가스 등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엘니뇨도 기온상승의 원인 중 하나이지만, 90%는 인간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세계경제포럼은 최근 ‘2017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7년 가장 큰 글로벌 리스크는 기상이변이다. 기후변화는 글로벌 리스크가 증폭돼 향후 10년간 전 세계 성장 경로를 결정할 트렌드 2위로 꼽혔다. 이제 봄이 오는 게 두렵다. 미세먼지와 황사, 스모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도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그래서 이제 황사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미세먼지는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연료 연소(이산화탄소, 메탄 등)가 주범이다.

 과학의 측면에서 보면 기후야말로 융합이고, 기후변화는 융합의 거듭제곱 정도 된다. 기후는 대기의 흐름이고, 빛이자 에너지이고, 해수면의 기준이며, 생명의 순환이자 경제적 파급력을 가진 보이지 않는 손이다. 기후변화는 종의 진화를 가늠하는 잣대이며, 섬(나라)을 사라지게 하는 원인이고, 생명의 숨통을 쥐고 있는 신의 손이다. 투발루는 9개 산호섬으로 이뤄진 나라인데, 이미 2개의 섬이 사라졌다. 이쯤 되면 기후는 생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가 단순히 열대, 온대, 냉대를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 사회, 문화, 정치, 경제의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중순 베이징을 떠올려보자. 베이징엔 스모그 적색경보가 내려졌다. 최고 수준이다. 공기질량지수(AQI·Air Quality Index)가 500을 육박했다. AQI는 국가별로 오존,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이산화질소의 농도 등을 측정하여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AQI가 100 이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간주된다. 중국은 나쁜 공기로 인해 기대수명까지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공기청정 관련 비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기후가 변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기후의 본질적 속성이 변하는 건 생명을 위협한다.

 기후변화가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일까 의아해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온도가 1, 2도만 변해도 위험한 지경에 이른다. 하물며 지구의 온도가 6도까지 상승하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온도가 상승한 지구 안에 갇힌 우리의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김재호 과학평론가
#이산화탄소#기상이변#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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