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130년 동안 코카콜라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감성’을 마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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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와 함께한 코카콜라 슬로건

명품 패션브랜드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카를 라거펠트는2010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쳐 한정판 코카콜라 디자인을 내놨다.사진은 2011년 선보인 ‘코카콜라라이트’ 한정판. 코카콜라 제공
명품 패션브랜드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카를 라거펠트는2010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쳐 한정판 코카콜라 디자인을 내놨다.사진은 2011년 선보인 ‘코카콜라라이트’ 한정판. 코카콜라 제공
‘마시자 코카콜라(Drink Coca-Cola).’

1886년 코카콜라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 내걸었던 이 슬로건은 이후 130년간 끊임없이 변해 왔다. 코카콜라의 마케팅은 제품 자체를 설명하기보다 동시대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를 사용하는 게 특징. 그래서 ‘현대 마케팅의 교과서’라고 불린다. 미국 내 금주령, 세계대전, 오일쇼크, 냉전시대 등 사회·경제적으로 격변했던 세계사는 고스란히 코카콜라의 슬로건에 담겼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약국을 경영하던 존 팸버턴은 농장주가 흑인 노동자들에게 코카나무잎과 콜라나무 열매를 먹이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소화제를 만들어 팔았다. 이게 코카콜라의 시작이다. 적당량을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피로가 풀린다는 점 때문에 코카나무 잎은 두통과 위장병, 피로 해소를 위해 약용 음료로 판매됐다. 다양한 시럽에 탄산을 넣어 판매하던 소다 파운틴(soda fountain)이 유행하자 팸버턴도 이 음료에 탄산을 함유해 팔았다.

당시 미국은 식민지 시절 급증한 술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정치인과 종교인을 중심으로 금주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1851년 메인 주가 미국 최초로 금주법을 시행했고, 18년 후인 1869년에는 금주당이 창당됐다.

1886년 4월 코카콜라가 나올 무렵에는 미국 전역이 금주법 문제로 떠들썩했다. 코카콜라는 ‘금주용 음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침 3개월 뒤 애틀랜타가 속한 조지아 주에서도 금주법이 통과됐다. 코카콜라가 크게 주목을 받게 됐다. 코카콜라는 1906년에 ‘위대한 비알코올음료(The Great National Temperance Beverage)’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코카콜라가 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 1920년에 금주령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자 코카콜라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1929년 선보인 슬로건 ‘상쾌한 이 순간(The Pause that Refreshes)’은 고단한 삶에 지쳐 휴식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힘든 일상 속에서도 코카콜라와 함께 잠깐 휴식을 갖자는 뜻이었다. 같은 해 10월 24일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과 함께 세계 대공황이 시작됐다. 코카콜라는 광고에 ‘힘들 땐 코카콜라와 함께(When it‘s hard to get started with Coca-Cola)’라는 문구를 넣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함께 이겨내자는 내용을 담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또 코카콜라 한 잔(170mL)의 가격을 5센트로 유지해 ‘차가운 현실에서 눈 돌리게 해주는 즐겁고 저렴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올해 새로 발표된 코카콜라의 슬로건(왼쪽)은 콜라의 짜릿한 맛 덕분에 소소한 일상이 특별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발표된 광고(가운데)에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함께 이겨내자는 내용이, 1950년대 자동차 전성시대에는 고속도로 자판기에서도 코카콜라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코카콜라 제공
올해 새로 발표된 코카콜라의 슬로건(왼쪽)은 콜라의 짜릿한 맛 덕분에 소소한 일상이 특별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발표된 광고(가운데)에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함께 이겨내자는 내용이, 1950년대 자동차 전성시대에는 고속도로 자판기에서도 코카콜라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코카콜라 제공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코카콜라의 광고문구도 ‘코카콜라 우리가 함께 가요(Coca-Cola Goes Along)’로 수정됐다. 험난한 전쟁터에 갈 때도 코카콜라가 함께한다는 의미를 강조해 군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군인들의 코카콜라 사랑을 애국심과 연결해 광고하면서 코카콜라를 미국의 상징으로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1941년 일본은 미국 함대가 있는 진주만을 폭격했다. 미국 국민은 분노했다. 이 사건 이후에 미국은 참전을 선언했다. 코카콜라의 ‘애국심 마케팅’이 이어졌다. 당시 코카콜라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로버트 우드퍼프는 “회사의 부담이 크더라도 군인들이 전쟁터 어디서나 5센트로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미군이 배치되는 모든 전장에 1병당 5센트에 코카콜라를 공급했다. 코카콜라 가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유지됐고 이를 위해 전쟁 기간 10개의 해외 공장이 세워져 50억 병의 코카콜라가 만들어졌다. 세계대전을 계기로 전 세계인은 코카콜라를 맛보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0년대에는 자동차 전성시대를 맞았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각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대대적으로 도로망을 정비했다. 1949년 선보인 ‘코카콜라,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요(Along the highway to Anywhere)’는 고속도로 자판기에서도 찾을 수 있는 음료가 됐다는 뜻의 슬로건이다.

1969년 닉슨 독트린이 나오면서 냉전은 해빙기로 접어들었다. 2년 후인 1971년 코카콜라는 ‘세계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내보낸다. 다양한 인종이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언덕 위에서 한 손에 콜라병을 들고 “온 세상에 코카콜라를 사주고 싶어요(I’d like to buy the world a Coke)”라고 노래하는 ‘힐탑(hilltop)’ 광고가 선보였다. 이 광고가 유명해지면서 당시 코카콜라의 ‘오직 그것뿐(It‘s the real thing)’이란 슬로건보다 노래 가사가 더 널리 알려졌다. 광고 속 음악은 베트남전의 늪에 빠져 있던 미국의 반전 열기와 맞물려 평화와 화합을 호소하는 이들의 주제가가 되기도 했다.

1973년 오일쇼크가 닥치면서 미국의 경제상황도 어려워졌다. 1976년에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그 순간엔 코카콜라(Coke Adds Life)’가, 2차 오일쇼크가 일어난 1979년에는 ‘코카콜라와 함께 웃어요(Have a Coke and a Smile)’ 슬로건이 등장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즐겁게 지내자는 메시지와 함께 코카콜라가 일상에 작은 기쁨을 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전하던 2009년부터 코카콜라는 ‘행복을 여세요(Open Happiness)’라는 슬로건으로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 1월에는 7년 만에 ‘이 맛, 이 느낌(Taste the Feeling)’이라는 새로운 문구를 선보이면서 콜라 본연의 짜릿하고 시원한 맛 덕분에 소소한 일상이 특별해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코카콜라 병은 늘씬하고 아름다운 곡선 디자인 때문에 여성의 몸매에서 착안했다는 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1915년 인디애나 루트 유리 공장의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새뮤얼슨과 얼 알 딘이 코코아 열매를 본떠 고안했다. 밋밋한 직선의 다른 음료와 구분될 수 있게 코코아 열매의 세로 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카콜라는 시기별로 한정판 패키지를 내놓거나 예술가들과 합작해 새로운 패키지를 만들기도 한다. 2010년에는 코카콜라 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20년부터 10년 단위로 대표적인 광고 캠페인과 캐릭터를 엄선해 10개의 패키지에 담았다. 1942년 코카콜라 광고에 처음 등장했던 ‘스프라이트 보이’와 1993년 등장한 북극곰 등 익숙한 캐릭터가 다시 얼굴을 보였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을 비롯해 명품 패션브랜드 샤넬의 수장인 카를 라거펠트, 장폴 고티에, 겐조 다카다, 로베르토 카발리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도 코카콜라 병 디자인에 참여했다. 2012년 6월에는 장폴 고티에가 코르셋과 스트라이프 패턴을 접목시킨 ‘나이트 앤드 데이(Night & Day)’ 한정판이 선보였고 2011년에는 카를 라거펠트의 ‘코카콜라 라이트’ 한정판이 나왔다. 2015년에는 코카콜라 병의 100주년을 맞아 기념 디자인을 내놓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가 그려진 한정판을 선보여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q매거진#코카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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