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4]영화평론 ‘디스토피아의 윤리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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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소감
누군가를 대신해 주사위 던지는 기분


심우일 씨
심우일 씨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12’라는 숫자가 나온다고 마블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열두 칸 전진해 무인도에 빠질 수 있고, 요령껏 무인도를 벗어나도 돌아올 곳은 ‘출발’이라고 적힌 시작점일 뿐이다. 그동안 당연히 내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내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잠시 나에게 누군가를 대신해 운명의 주사위를 던질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주사위놀이의 끝은 내가 지닌 모든 것이 타자의 손을 거쳐 내 빈손에 넘겨진 것임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내 모든 것은 인생의 어느 순간 당신들 곁으로 돌아갈 것이다. 놀이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당선 소식에 나를 대신해 눈물 흘려주신 분들이 있었다. 내 눈물마저 당신들 것이라 행복하다. 부족한 제자의 글을 많이 읽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박명진 교수님, 존경하는 이명재 교수님, 글쓰기의 기초를 일러주신 김흥식 교수님, 인생의 나침반 임영봉 교수님, 평론가의 꿈을 지켜주신 이경수 교수님, 후배의 당선을 축하해준 강진구 류찬열 교수님, 학문적 영감을 주시는 김재용 교수님, 문학의 즐거움을 가르쳐주신 양건섭 선생님, 없으면 허전한 이희문 문종필 형, 말벗 지혜 누나와 예진, 기도해 준 경희 누나와 성애, 힘들 때마다 위로해준 승원 형, 산하, 동혁, 종원, 선배이자 동료인 승우, 혜숙, 경혜, 설아, 유진 누나, 함께 공부하는 민영 누나, 현준 형, 덕원, 종수, 정현, 사랑하는 부모님께 감사하다.

△1983년 전북 전주 출생 △중앙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
      
● 심사평
‘신세계’ 캐릭터-촬영기법 입체적 분석


강유정 씨
강유정 씨
2013년 한 해, 영화를 본 관객이 2억 명을 넘어섰다. 양적으로 풍성한 수확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풍성함의 이면도 생각해봐야 한다. 평론이라 부르기에 소루한 줄거리 소개가 평론을 대신한다. 논쟁적 가치를 넘어 학술적 가치까지 갖는 문제적 평론을 기대할 만한 지면 자체가 거의 없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꽤 많은 편수의 응모작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의 블로그나 개인 지면에 올릴 법한 소박한 영화 감상평부터 논문 수준에 이르는 학술적 글까지 그 진폭이 넓었다. 눈여겨보았던 작품은 조동범의 ‘창과 방패, 두 개의 세계와 하나의 비극’과 김범주의 ‘누가 감히 아버지의 자리에 가랴’, 끝으로 심우일의 ‘디스토피아의 윤리와 에피스테메’ 세 편이었다. 앞의 두 편은 공교롭게도 김기덕과 홍상수를 비교하는 글이었다. 공교롭다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응모한 작의 3분의 2 이상이 김기덕과 홍상수 영화를 대상으로 했다. 당선작은 ‘신세계’를 중심으로 박훈정의 영화 세계를 살펴 본 ‘디스토피아의 윤리와 에피스테메’로 결정했다. 당선작은 영화가 카메라와 빛, 편집과 호흡으로 이루어진 종합적 예술임을 이해하고 있었다. 캐릭터 분석과 사운드나 촬영기법 등 다양한 접근으로 박훈정의 영화세계를 종합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안정된 문장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심우일#신춘문예#영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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