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윤정]아기들의 ‘살 권리’ 위협하는 입양특례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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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송윤정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작년 8월 이후 버려지는 아이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현재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는지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기이한 현상의 배경에는 얼마 전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있다.

최근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단순히 입양을 촉진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입양아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반성에 기인한 것으로, 엄격한 입양절차 마련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입양 모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중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입양을 위한 가정법원의 허가에 필요한 서류로 입양아의 출생신고서를 요구하고 있는 부분이다(제11조 제1항 제1호). 즉, 친생부모의 출생신고가 없는 한 애초에 입양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만 해도 국내 입양이 이뤄진 1548건 가운데 1452건(93.8%)이 미혼모가 낳은 아이였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은 부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여성 홀로 생업에 종사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미혼모를 위한 사회간접자본 시설 역시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미혼모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를 자녀로 올리는 출생신고를 하게 하고, 그 이후에야 입양을 위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미혼모의 현실과 국민정서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처사다.

이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결정이 있으면 친생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입양아의 출생기록이 입양부모에게로 옮겨져 사라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입양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의 수가 입양을 원하는 부모의 수보다 훨씬 많다. 또한 입양을 원하는 부모 중 90% 정도가 비장애, 신생아, 여아를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아이들의 경우 입양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 기간 동안 미혼모들은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의 출생기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입양을 원하는 미혼모로 하여금 엄청난 심리적 부담과 애초에 입양의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큰 단초를 제공한다.

물론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미혼모에 대한 의식개선 및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확충 등으로 미혼모들도 당당하게 환경적 어려움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국민의식 개선이나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기다리기에는 그 과정 중 버려지는 아이의 증가 문제를 결코 쉽게 묵인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입양특례법 개정 취지에 대해서는 십분 동의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적인 법이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만을 추구하다 보면 그 법의 존재 목적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또한 세상은 이상적인 법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의식 개선을 전제로 하는 공동체 구성원의 노력과 그에 따른 법의 규율에 의하여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입양에 미혼모의 출생신고를 요구하는 입양특례법의 규정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채 너무 앞서 나가 있다. 그리고 그 현실과 법의 괴리를 이제 길바닥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메우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심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사태는 출생신고를 요구하는 입양특례법의 재개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재개정은 시급하다.

송윤정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입양#인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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