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런던 올림픽]눈물 한 방울, 희망 한 움큼… 웃음 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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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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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서, 아쉬워서 흘린 눈물… 그것은 곧 희망의 싹, 내일은 웃자

신아람이 지난달 30일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1초 오심’ 논란 속에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피스트에 앉아 눈물을 쏟고 있다(맨 위). 런던=AP 연합뉴스
신아람이 지난달 30일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1초 오심’ 논란 속에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피스트에 앉아 눈물을 쏟고 있다(맨 위). 런던=AP 연합뉴스
올림픽이 이렇게 눈물이 많은 대회였던가.

13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런던 올림픽은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을 맺었다. 최선을 다해 4년을 준비해온 한국 선수들은 기뻐서 울었고, 아쉬움에 울었다. 자신을 이겨내야 했던 고된 훈련이 생각나서, 음지에서 자신을 지켜봐 준 가족이 생각나 울었다.

눈물은 감동이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올림픽을 향해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가 맑고 투명한 눈물에 그대로 투영돼 있었다. 그들이 울 때 국민도 따라서 울었다. 눈물의 카타르시스. 이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다.


○ ‘마린보이’ 수영 박태환의 눈물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은 겉으론 웃었다. 지난달 28일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 판정을 받은 후의 일이다. 하지만 숙소에 돌아가서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판정이 번복되면서 출전하게 된 400m 결선. 충격 속에 경기에 임한 그는 라이벌 쑨양(중국)에게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도 사람이었다. 올림픽 2연패의 꿈이 끝내 좌절되자 그는 기자들과의 인터뷰 도중 갑자기 흐느끼며 눈물을 쏟았다.

○ ‘1초 논란’ 펜싱 신아람의 눈물

1시간이 4년처럼 길었다. 신아람(26·계룡시청)은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1초 오심 판정’을 당한 뒤 피스트에 넋을 잃고 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대한체육회와 국제펜싱연맹은 특별상, 공동 은메달 등으로 그를 다독이려 했지만 아무 위로가 되지 못했다. 단체전 은메달로 온 국민의 울분을 날려 버린 뒤에야 신아람은 다시 웃었다. 감격적인 메달을 딴 날 그는 울지 않았다.

○ ‘대기만성’ 사격 최영래의 눈물


5일 열린 남자 권총 50m 결선. 금메달까지 마지막 1발이 남았다. 그런데 8.1점이었다. 금메달이 은메달로 바뀌었다. 경기 직후 최영래(30·경기도청)는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쉬움의 눈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너무 기뻐서 우는 것”이라고 했다. 서른 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는 우여곡절 끝에 런던에 올 수 있었다. 그는 눈물 속에서도 환히 웃고 있었다.

○ ‘로즈란’ 역도 장미란의 눈물

어쩌면 런던 올림픽 역도 플랫폼에 선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던 장미란(29·고양시청)은 어깨 부상으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한 건 금메달이었다. 그는 부담과 싸웠고 자신과 싸워야 했다. 5일 역도 여자 최중량급에서 4위를 한 뒤 그는 정들었던 바벨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고선 그 간의 마음고생과 후련함을 눈물로 쏟아 보냈다.

○ ‘깍신’ 탁구 김경아의 눈물

7일 여자 탁구 맏언니 김경아(35·대한항공)는 서럽게 울었다. 런던 올림픽 여자탁구 단체전 3, 4위전에서 싱가포르에 0-3으로 진 뒤였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어서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고 했다. 이날 김경아는 친언니처럼 지내던 현정화 대표팀 총감독과 밤새 술잔을 기울였다고 했다. “내가 못 이룬 금빛 꿈을 후배들에게 기대한다”던 그의 눈가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 ‘체조요정’ 리듬체조 손연재의 눈물

손연재(18·세종고)는 리듬체조 개인종합 경기를 치르는 내내 의연했다. 실수를 했을 때도, 무결점 연기를 펼쳤을 때도 밝게 웃기만 했다. 결과는 역대 최고 성적인 5위. 당찼던 그도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제 뭘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에서였다. 그는 “한국에 너무 가고 싶어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홀로 강도 높은 훈련을 감내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간 것 같았다.

○ ‘우생순’ 핸드볼 선수들의 눈물

“내가 몇 개만 더 막을 걸 그랬나….” 12일 열린 스페인과의 3, 4위 결정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골키퍼 주희(23·대구시청)는 신들린 듯 상대의 공을 막아냈다. 하지만 2차 연장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29-31로 분패한 뒤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울었다. 그래도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에 성공한 여자 핸드볼은 8회 연속 올림픽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런던 특별취재팀>
#런던 올림픽#올림픽 결산#신아람#최영래#장미란#손연재#김경아#주희#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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