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때 울돌목 조류 비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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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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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21분경 썰물로 바뀔때 이순신장군, 왜군함대 공격 대승

“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그라고 두렵지 않았을까. 칠천량(현재 경남 거제도 인근 해협)의 대승에 도취한 왜군 함대 133척이 한 줌밖에 남지 않은 조선 수군의 본거지로 몰려오고 있었다. 여기서 밀리면 조선은 끝장인 절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충무공 이순신의 함대는 전남 진도 울돌목의 세찬 물살과 조류의 흐름을 이용해 전함 수가 10배 넘는 왜군을 완파한다. 1597년 음력 9월 16일 명량대첩 얘기다.

국토해양부 국립해양조사원은 413년 전 승리를 가능케 했던 울돌목의 조류 현상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고 21일 밝혔다. 해양조사원은 수평 초음파 유속계를 활용해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관측한 결과를 분석해 당시의 조류흐름을 과학적으로 추정해냈다.

해양조사원의 연구결과와 임진왜란사 전문가인 이민웅 해군사관학교 교수의 당시 교전상황을 결합하면 명량대첩 당일 오전 6시 반경 물길이 서북 방향으로 흐르는 밀물로 바뀌었다. 이때 왜의 함대는 전남 해남의 어란진을 출발해 이 밀물을 올라타고 거침없이 진격해왔다. 밀물은 10시 10분경 초당 4m로 가장 세차게 흐르다가 차츰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순신의 함대가 우수영 앞바다로 출전해 왜의 함대를 만난 때는 오전 11시경.

이순신의 대장선이 앞서 접전을 펼쳤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의 형세에 겁을 먹은 조선 전함들은 머뭇거리며 400∼800m 뒤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순신의 필사적인 독려로 조선 전함들이 전투에 가세하던 낮 12시 21분 드디어 밀물이 흐름을 멈췄고 곧 동남 방향의 썰물로 바뀌었다. 이제 조선 수군들은 해류가 흘러가는 방향으로 자리 잡게 된 반면 왜의 전함들은 역류에 갇히게 됐다.

오후 1시경 유리한 해류의 흐름을 탄 조선 수군은 총통과 화살로 일제히 공격을 퍼부어 왜선 30여 척을 수장시켰다. 오후 2시경 후퇴한 나머지 왜의 함대는 다시는 접근하지 못했다. 이순신의 초라한 함대가 믿지 못할 대승을 거둔 것이다.

해양조사원의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해양학회지 ‘바다’ 11월호에 실린다. 변도성 해양조사원 연구사는 “기존에도 울돌목의 지형과 조류를 활용해 승리했다는 설명은 많았지만 이번 연구는 과학적으로 세부 시간까지 밝혀냈다”며 “역사학자들이 명량대첩을 재해석하는 데 기초정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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