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EPL]그 아버지에 그 아들 퍼거슨家 ‘감독불패’

  • 입력 2009년 9월 24일 0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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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거장’ 알렉스 퍼거슨. 그리고 4부 리그(League two) 10위권에서 허우적거리던 피터보로 유나이티드를 2년여 만에 2부 리그로 올려놓은 그의 아들 데런 퍼거슨. 그들의 거취를 보면 부전자전이 따로 없는 듯하다.

아버지 알렉스 퍼거슨 맨유서만 20여년 유럽 최강의 클럽 만들어낸 세기의 명장

아들 데런 퍼거슨은 피터보로 감독 부임 2년만에 4부→2부리그 올려 ‘부전자전’

“‘퍼거슨’이란 압박감…실패할 수 없었다”

○쉽지 않았던 아들과 아버지, 선수-감독의 관계

퍼거슨 감독이 맨유에 부임할 당시 데런은 15세였다. 데런의 기억에 따르면, 퍼거슨은 행복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와 “우리 가족은 곧 맨체스터로 이사 갈 것”이라 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퍼거슨은 많은 곳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아왔지만 모두 거절하다가, 맨유 제의를 받았을 당시 “꼭 해야만한다”면서 맨체스터 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맨유 팬이었던 데런의 형은 매우 기뻐했지만 데런은 아스널 팬이었기 때문에 썩 행복하지는 않았다.

맨체스터로 이사 온 후, 데런은 노팅엄 포레스트에서도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맨유 유스팀으로 입단했다. 아버지의 아들 편애는 없었느냐는 물음에 “다른 선수들 모두 훌륭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버지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기에, 내가 무언가 보여주지 않는 한 아들이라고 해서 이득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4년간 맨유 선수로 1992-1993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던 데런은 맨유에서의 선수 생활이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유일하게 불편했던 시기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히려 데런은 자신이 아들이었기 때문에 퍼거슨이 더 냉정하게 대했다고 한다.

리그 컵에서 에버턴과의 경기 도중 별 무리 없이 잘하고 있던 자신을 브라이언 롭슨과 교체시킨 퍼거슨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데런은 “만약 같은 상황에 다른 선수였다면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내겐 ‘친족주의’가 반대로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팀 미팅이 있을 때면, 퍼거슨은 “난 이번에 데런을 명단에서 제외하겠다. 아마 데런의 엄마가 날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는데, 데런은 그 상황이 불편했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더 낮은 레벨 팀에서 뛰더라도 맨유를 떠나기로 결심, 1994년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했다. 이 후 데런은 첼시에 임대되기도 했다.

○감독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아들

2007년 1월, 데런이 피터보로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부임 할 당시, 영국 언론은 모두 알렉스 퍼거슨의 이름을 거론하며 데런이 퍼거슨 가문을 성공의 길로 이끌 수 있을 지 궁금해 했다.

피터보로의 사장 다라 맥칸토니는 유력지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데런과의 면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리가 얘기를 나눠 본 감독 후보들 중 가장 열정적이었고, 그의 아이디어와 비전은 바로 우리가 원하던 것”이라며 “데런을 감독으로 지명한 것은 알렉스 퍼거슨 때문이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맥칸토니는 “내 아버지는 훌륭한 사업가였고, 나는 자라면서 항상 그를 닮고 싶어했다. 아마 데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본다”는 말로 알렉스 퍼거슨과 데런을 완전히 분리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물론 데런은 자신에게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주고 인생의 본보기가 되어준 아버지를 존경한다. 다만, 퍼거슨의 아들로 유명해지기보다는 ‘데런 퍼거슨 감독’으로서 인정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에게 언제나 따라다니는 ‘퍼거슨의 아들’이란 수식어는 그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엄청난 성공 신화를 이뤄낸 아버지의 아들로서 ‘실패’라는 것은 어울리지도, 인정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2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맨유 같은 큰 클럽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일은 아버지 이후에는 다시 일어날 것 같지가 않다”며 아버지만큼 성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인정했다.

데런은 피터보로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부임한 후 선수들과의 첫 미팅에서 “이름값 때문에 우린 절대 실패할 수도, 질 수도 없다. 날 따라오든, 팀에서 나가든 전적으로 너희들의 선택”이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데런은 언론들과 맥칸토니 사장이 기대한대로 잘 해오고 있다. 2년여 전, 맥칸토니가 자신의 목표가 피터보로를 프리미어리그로 올려놓는 것이라고 밝히자 데런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팀을 2부 리그로 끌어올리자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선수로서 최고 레벨 팀에서 플레이한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데런은 “나는 선수였을 때보다 더 훌륭한 감독이 되고 싶다”면서 감독으로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욕심의 이유도 단 한 가지. ‘퍼거슨 감독의 아들’ 때문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첫 4연패를 노리는 알렉스 퍼거슨. 약체 중 약체로 평가받던 피터보로를 프리미어리그에 올려놓겠다는 데런 퍼거슨. 과연 퍼거슨 가문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맨체스터(영국)|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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