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은퇴’ 사카이 노리코의 숨겨진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9월 6일 00시 10분



마약류 소지 혐의로 기소된 '일본의 미소'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38)가 2일 연예계를 전격 은퇴했다. 가수와 배우로 일본은 물론 중국 대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그녀의 추락에 팬들의 충격은 상당하다. 더욱이 사카이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6일간의 전모가 드러나고 감춰졌던 사생활까지 파헤쳐지면서 일본인들은 실망과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사카이의 남편 다카소 유이치(高相祐一·41)가 시부야 거리를 순찰 중이던 경찰들에게 각성제 소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남편과 같이 있던 사카이는 동행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집에 아이가 있으니 나중에 가겠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경찰에 다시 오겠다던 그는 이후 10세 아들, '사장'이라고 불리는 지인(75), 새 어머니(62)와 함께 종적을 감췄다가 체포 영장이 발부된 다음날인 8일 경찰에 자수했다. 사카이의 첫 공판은 다음달 26일 열릴 예정이다.

●70대 후견인 도움으로 6일간 도피

팬들이 '자살'을 걱정하는 동안 사카이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3일 새벽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들을 친구 집에 맡기고서 짐을 싸 신주쿠로 향했다. 신주쿠의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찾은 사카이는 세면도구와 속옷 등을 샀다. 야마나시 현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도쿄로 돌아온 그는 '사장' 소유의 맨션에 머물다가 사장의 하코네 별장으로 옮겨 다녔다. 그동안 사카이는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는 등 마약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일주일간 도쿄 부근을 전전하며 약 기운이 빠지기를 기다린 셈이다. 사카이의 실체를 아는 연예계 관계자들은 실종소식에 "해독하러 도망치고 있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사카이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19일 사카이의 모발에서는 각성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카이 부부의 자택과 별장에서 각성제가 차례로 나왔다.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지난달 25일 사카이는 "각성제 흔적을 없애기 위해 도주했다"고 실토했다. 지인들의 연락처 문자 통화 내역이 담겨 있을 휴대전화는 고장이 나는 바람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사카이가 벌인 도주극의 지휘자로는 사카이 부부가 '사장'이라고 부르는 75세 남성이 지목되고 있다. 그는 도쿄의 한 건설회사 회장으로 사카이의 데뷔 초부터 후견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야비 법률사무소의 소장을 지냈던 그는 변호사 시절 재계의 거물 스포츠 선수 등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약했다.

'사장' 측은 사카이의 도망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증거 인멸에 가담한 대목은 부정했다. 다만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카이가 남편이 체포된 직후 "죽고 싶다"고 말해 운전자를 포함해 차량을 빌려 주었다는 것. '사장'은 지난달 7일 각성제 복용 혐의로 구속 영장이 나온 것을 알고 사카이를 설득해 다음날 출두시켰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신주쿠 카페 마담으로 일하던 사카이의 새어머니와는 40년 이상 알고 지냈다고 한다. 86년 사카이의 데뷔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은 사카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오디션에 내보냈다고 한다. 89년 사카이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카이 가족의 후원자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사장'의 존재는 가족 외에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사카이가 데뷔한 이후부터 함께 해온 소속사 선뮤직의 아이자와 마사히사 사장은 "그와 일면식도 없다"고 말해 사카이 모녀와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사카이, 남편의 불륜 상대와 한집에 살았다?

사카이의 기행은 도주극 뿐만이 아니다. 사카이는 아들을 오래된 친구에게 맡겼는데 이 친구가 놀랍게도 남편의 불륜 상대라고 한다. 사카이는 "믿을 만한 사람이고 아이가 잘 따른다"고 해명했다. 남편의 불륜 상대를 용인했다는 것인데 보통 사람들로선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카이가 결혼 후 남편에게 그 친구를 소개했고 두 사람 사이에 불륜이 시작됐다고 한다. 사카이 부부는 7년 전 별거했는데 다시 부부로서 동거 생활을 시작했을 때 이 여성도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두 여자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는 것. 사카이의 주변 사람들은 복잡한 부부 관계 때문에 이 여성에게 특이한 신뢰가 쌓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야쿠자 출신 아버지… 생모의 가출…

이런 가운데 사카이의 불우한 성장 배경도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71년 2월 14일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사카이는 젖먹이 때 생모의 버림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후쿠오카 현 내의 야쿠자 간부 출신이다. 젊은 남성과 사랑의 도피를 한 생모는 사카이를 시댁 근처 절에 버리고 가버렸다. 복역 중이던 아버지를 대신해 그를 키운 것은 고모 부부다.

이후 아버지는 사카이를 데리고 A씨(60)와 재혼해 남동생을 낳았다. 7월 각성제 소지 혐의로 후쿠오카에서 체포된 남동생 사카이 타케시(30)다. 남동생은 일본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 구미 계열의 조직원으로 남의 차를 협박해 빼앗아 타고 다니다 공갈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그 후 각성제단속법 위반 혐의로 다시 체포됐다.

A씨가 사카이의 여동생을 출산했을 무렵 아버지는 다시 이혼했고 카페 마담과 재혼했다. 이번 도주에 동행한 새 어머니다.

한편 체포된 사카이의 아들을 누가 키울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새 학기를 맞이한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은 언론을 피해 현재 동급생의 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사카이는 남편 다카소 측에 아들을 맡길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1일 경찰서에서 접견한 시어머니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단호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기한 시어머니는 "네 어머니와 생활하는 게 좋겠다"고 물러섰다. 사카이는 시댁과는 불신의 골이 깊다고 한다. 손자보다는 아들을 우선하는 태도 때문이라는 것. 시부모가 남편의 보석금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했다는 말도 나온다. 사카이는 경찰 출두 후 지난해 여름부터 한두 번 약을 복용 했다고 진술했으나 남편은 4~5년 같이 해왔다고 '물귀신 작전'을 펼친 점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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