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나위는 재즈와도 통해요”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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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영의 산조 인생’ 공연을 갖는 가야금 명인 백인영 씨. 박영대 기자
‘백인영의 산조 인생’ 공연을 갖는 가야금 명인 백인영 씨. 박영대 기자
‘가야금 명인’ 백인영 음악회

“악보는 집어 던져라. 악보에 의존하는 순간 창작력이 죽는다.”

한국 전통음악계에서 즉흥 음악 연주의 1인자로 꼽히는 백인영(63) 명인. 그가 13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백인영의 산조인생’ 공연을 연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장월중선, 유대봉 선생에게 가야금과 아쟁을 사사한 백 명인은 고교 졸업 후 김청만(장구), 원장현(대금), 박종선(아쟁) 씨 등과 함께 여성국극단의 전속악사로 전국을 순회했다. 1980년 백 명인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클라리넷의 길옥윤, 기타의 신중현, 대금의 이생강 씨와 어울려 ‘뱃노래’를 연주해 세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백 명인은 ‘백인영 18현 가야금 산조’ ‘시나위 나들이’처럼 자신이 창작한 작품을 발표해 왔지만 대부분 악보는 없다. 제자들이 자신의 연주를 녹음해 악보에 담아 연습할라 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구전으로 배우고 외워야 몸에 배고, 즉흥도 할 수 있고, 나중에 나만의 산조가락도 짤 수 있다”는 이유다.

그의 즉흥 연주는 2004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화제를 모았다. 앙코르 공연에서 객석에서 ‘낙엽’ ‘바다’라는 주제를 던지면 그에 맞는 음악을 연주했던 것. 2006년 뉴욕 유엔학교 음악회에서 외국 연주자와 함께 ‘진도아리랑’ ‘베사메무초’를 즉흥 연주하기도 했다.

백 명인은 이번 음악회에서 ‘유대봉류 가야금 산조’를 제자들과 함께 6중주로 편곡해 연주하고 자신이 짠 ‘백인영류 18현 가야금 산조’ ‘백인영류 아쟁산조’도 새로 선보인다. 백 씨의 창작곡 ‘종이배’에 맞춰 한국 무용가 조명숙 씨가 춤을 추고 프랑스 아일랜드 남미 중국 일본의 민요도 아쟁으로 연주한다.

그는 음악적 모티브를 ‘시나위’에서 찾았다. ‘시나위’는 무속에서 ‘신(神)을 위로하는 음악’. 그는 “몇 시간씩 신을 불러다 아니리도 하고, 슬플 때는 울기도 하고, 기쁘게 웃기도 하는 ‘시나위’에서 판소리도, 산조가락도 다 나왔다”며 “시나위를 연주해 본 사람은 서양의 재즈와도 쉽게 통한다”고 말했다. 1만∼5만 원. 1588-789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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