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알쏭달쏭 식품첨가물… 확인하고 사시나요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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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기난이 뭐예요?”

“…….”

식품의 성분 전체를 표시하는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판매원에게 햄의 성분에 대해 물었지만 묵묵부답. 양념 돼지불고기 시식코너에서도 낯선 성분명이 보여 묻자 “혹시 영양성분 아닐까요?”라는 희미한 대답만 돌아왔다.

판매원이 기초적인 설명조차 못하는 것은 소비자의 문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묻지 않으니 제조회사나 유통업체가 판매원에게 교육시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식품성분 전체 표시제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첨가물이 적거나 없는 음식을 원하는 소비자는 보존기간이 짧고 맛이 좀 떨어지더라도 그런 식품을 선택할 수 있다. 참살이(웰빙) 열풍과 맞물려 장기적으로는 식품에 쓰이는 첨가물 수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장점을 살리려면 소비자들이 식품성분 표시를 꼼꼼히 살핀 뒤 ‘선택 구매’를 하는 습관이 정착돼야 한다.

암호처럼 어렵게만 느껴지는 식품성분 표시. 그래도 짬을 내어 성분 해독법을 익히면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이해하기 힘든 첨가물

식품제조업체들은 당초 5개 이상의 주요 성분만 표시하면 됐지만 지난해 9월 이후 모든 모든 원재료와 첨가물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현재 시판 중인 햄 포장지에는 20개 안팎의 성분이 적시돼 있다.

햄 1개를 골라 뒷면을 살폈다. 산도조절제, 코치닐추출색소, 아질산나트륨, L-아스코르빈산나트륨 등.

첨가물의 특성을 알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첨가물 데이터베이스(fa.kfda.go.kr)에 접속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예컨대 아질산나트륨은 발색제다. 먹음직스러운 붉은 색을 내기 위해 햄과 소시지에 주로 사용하는 첨가제다.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서 발암 의심물질을 생성한다는 보고가 있다.

아질산나트륨의 1일 허용 섭취량(ADI)은 체중 1kg당 0.0∼0.06mg.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정하는 ADI는 통상 특정 숫자로 표현되지만 민감한 첨가물은 이렇게 일정 범위로 나타낸다. 사람에 따라서는 한계치보다 적은 0.03mg이 허용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표백제로 쓰이는 아황산염도 ADI가 0.0mg부터 시작한다. 천식환자는 아황산염을 조금만 섭취해도 위험할 수 있다.

물론 ADI는 장기적인 섭취 기준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조금 많이 먹었다고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햄이나 소시지를 편식하는 아이라면 부모의 식생활 지도가 필요하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권고한다.

햄에 들어가는 첨가물은 이게 끝이 아니다. 비프페이스트, 비프분말S-101처럼 여러 가지 첨가물을 섞어 만든 복합원재료도 쓰인다. 제조회사별로 붙인 이름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는 식품첨가물 데이터베이스에도 나와 있지 않다. 과자나 스프류에는 복합원재료가 ‘양념’ ‘씨즈닝’ 등의 이름으로 표시된다.

○ 의문을 품자

‘원유(국산) 40%, 액상과당, 코코아조제분말(네덜란드산) 3.6%, 백설탕….’

시중에 판매되는 초코우유의 성분 표시다. 가공하지 않은 흰우유에는 ‘원유 100%’라고 적혀 있다.

초코우유에 원유가 40% 들어 있다면 나머지 60%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이 좀 더 건강한 식품 문화를 만든다. 성분 이름은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표기토록 돼 있다. 원유 다음으로 비중 있는 성분은 단맛을 내는 액상과당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코코아조제분말이 3.6%이고, 그 다음에 나오는 성분은 더 적은 양일테니 액상과당이 ‘상당량’ 함유됐을 것이다.

대형마트의 시식코너에서 판매원들이 즐겨 쓰는 마케팅 용어는 ‘싸고 맛있어요’다. 시식한 아이가 맛있다고 하면 부모는 하나쯤 바구니에 담는다.

일본 첨가물제조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여러 해 일하면서 가공식품회사에 첨가물 조언을 했던 아베 쓰카사 씨는 최근 자신의 저서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에서 첨가물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원가를 줄이려면 주원료 대신 부재료의 함량을 높이기 마련인데 이러면 맛이 떨어진다. 결국 첨가물로 맛과 색을 내는 수순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값이 싼 제품의 원재료와 성분명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복잡한 첨가물이 적은 제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일까. 여기서도 유의할 점이 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인 안병수 후델식품건강연구소장은 “산도조절제나 합성착향료, 유화제 등으로 표시된 것에는 통상 2, 3가지의 첨가물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익숙한 성분만 선택

‘통밀(국산) 44%, 늘보리(국산/무농약) 12.6%, 현미(국산/무농약) 12.6%, 찰옥수수 (국산) 12.6%, 율무(국산) 6.2%, 버터(우유/국산) 6%, 쌀조청(국산/무농약) 4%, 백설탕 2%.’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오곡퐁’이라는 곡물과자의 성분 표시다. 모두 익숙한 재료다. 복잡한 화학식이 들어가지 않은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일반 식품업체들도 발색제나 보존료를 넣지 않은 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천연재료만 사용한 국 간장도 나와 있다.

모든 식품첨가물을 숙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식품첨가물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화학적 첨가물은 424종이나 되고 천연첨가물도 201종이다. 화학적 첨가물은 모두 해롭고 천연첨가물이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인류가 사용해 온 가장 오래된 조미료인 소금도 나트륨 때문에 조심해서 섭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첨가물이 독은 아니다. 제공하는 혜택도 큰 것이 사실이다. 바쁜 현대인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준다. 장기간 보존을 해도 상하지 않게 해 식중독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도 첨가물이다.

다만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을 선호한다면 익숙한 첨가물이 들어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무난한 방법이다. 즉 실제 주방에서 사용하는 설탕, 소금, 밀, 기름, 깨, 쌀과 같이 낯익은 원재료와 성분이 표시된 제품을 구입하면 건강한 식생활에 한걸음 다가서는 셈이다.

유명 제과업체에서 16년간 과자를 만들었던 안 소장은 “대중의 기호에 민감한 대기업 식품회사보다는 틈새시장을 찾으려는 중소업체들이 무첨가 식품에 열심”이라며 “소비자들의 취향이 바뀌면 대기업도 무첨가 식품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쓰이는 식품첨가물과 그 기능
식품첨가물넣는 이유용도
구연산, 빙초산신맛을 부가하거나 산도를 증가시킴산미료
수산화나트륨, 황산식품의 산도 또는 알칼리도를 변경하거나 조절산도조절제
부틸히드록시아니솔(BHA), 부틸히드록시톨루엔(BHT)지방의 산패와 산화에 의한 품질 저하를 방지해 식품의 저장 기간을 연장산화방지제
프로필렌글리콜식품 자체의 열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식품의 용적을 늘림증량제
식용색소 녹색 제3호식품에 색깔을 부여하거나 원래의 색깔을 다시 재현착색료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기름과 물처럼 식품에서 혼합될 수 없는 2가지 이상의 물질을 균일한 혼합물로 만들거나 이를 유지시킴유화제
스테아린산칼슘지방의 분리를 방지유화염
구연산칼륨과채류의 조직을 단단하게 함연화방지제
L-글루타민산, 천연카페인식품의 맛과 향을 강화향미증진제
소르빈산, 안식향산미생물에 의한 오염으로부터 식품을 보호해 저장 기간을 연장합성보존료
명반, D-주석산수소칼륨가스를 방출해 반죽의 부피를 증가시킴팽창제
아스파탐, 소르비톨단맛 가미.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강한 단맛감미료
구아검식품의 점도를 증가시킴증점제
아황산나트륨색소를 파괴해 흰 식품으로 만들거나, 착색료로 착색하기 전에 표백해 그 식품이 완성되었을 때 색을 보기 좋게 만듬표백제
아질산나트륨식품의 색상을 먹음직스럽게 만들고 미생물 오염으로부터 식품을 보호발색제나 합성보존료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청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또 다른 표시 ‘영양 성분’… 열량-탄수화물-나트륨 등 꼼꼼히 살펴보세요

소비자가 식품을 구입할 때 유의해서 봐야할 또 다른 표시는 영양 성분이다. 열량과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나트륨 등이 표시된다.

먼저 표시기준량을 살핀다. 특정분량(100g 혹은 100mL) 단위로 돼 있거나 제품 전체 중량 기준으로 표시된다. 특정분량 단위로 돼 있다면 전체 중량으로 환산해 셈을 해 봐야 정확한 섭취량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열량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나트륨의 양을 살피면 된다. 그 옆에는 ‘%영양소 기준치’가 나와 있다.

해당 제품을 표시기준량(예를 들면 100g)만큼 섭취했을 때 1일 권장 섭취량의 몇 %인지를 알려주는 수치다.

라면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이 수치가 100%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라면 1봉지를 다 먹으면 하루 권장 섭취량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한다는 의미다.

김치와 된장 등 전통 식품도 짜게 먹으면 그리 좋지 않다. 고혈압이나 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이 나트륨이라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나트륨은 소금(염화나트륨)뿐 아니라 ‘나트륨’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성분에 포함돼 있다.

초코우유에는 원유에 이어 액상과당이 2번째로 많이 들어 있지만 정확한 함유량은 알 수 없다. 영양표시 성분에서도 액상과당이나 설탕 등의 당분은 탄수화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초코우유(100mL)에는 탄수화물의 양(10g)이 단백질(2g)보다 5배나 많은 것으로 표시돼 있다. 흰우유는 단백질 3g, 탄수화물 5g 수준이다.

올해 12월부터 식품회사들은 콜레스테롤, 당,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의 함량도 반드시 별도로 표시해야 한다.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해로운 성분을 명확히 밝히기 위한 조치다. 포장지의 뒷면을 살피면 알 수 있는 정보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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