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

  • 입력 2006년 10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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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을 위한 경제의 역사/니콜라우스 피퍼 지음·유혜자 옮김/242쪽·1만2000원/비룡소

“대안을 제시하라.”

구술이 즐겨 묻는 질문이다. 대학들은 한결같이 ‘해법’을 찾는 ‘과정’을 평가하겠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에게는 알고 있는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 훈련이 필요하다.

인간이 사는 문제, 생명을 유지하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과정이 바로 경제다. 농사를 지은 것도, 화폐를 사용한 것도, 증기기관을 발명한 것도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행위였다. 경제는 돈 버는 방법이나 추상적인 수요 공급 곡선만은 아니다. 경제를 이론이나 법칙으로만 대하면 구체적인 삶의 결을 생략하기 쉽다.

생생한 인간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줄 알아야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법. 이 책을 통해 인류의 문제 해결 과정이었던 경제의 역사를 재미있게 따라가 보자.

우선 굳어 있는 사고를 흔들어야 한다. 질문은 새로운 시야를 넓히는 지름길이다. 최초의 직업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왕의 지배를 받았을까? 전자는 농업과 목축으로 직업이 분화된 과정을, 후자는 국가 형성이 농업의 발달과 교역에 미친 영향을 탐색하게 해 줄 것이다.

문화의 발전에도 경제의 역할이 숨어 있다. 기후는 농사의 시기 조절에 필수적이다. 문자는 날씨의 변화를 기록으로 남겨 다른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왕이 세금을 걷을 때에도, 상인들이 계약서를 쓰는 데에도 문자가 필요하다. 이 책은 문자의 발명 안에서도 경제의 흔적을 읽어 낸다.

경제는 인간의 정신과 관념에도 영향을 준다. 중세의 수도원은 기도와 예배, 노동을 강조하며 경건하게 살라고 강조했다. 이를 본떠 사람들도 교회의 시계탑에 맞추어 저마다 규칙적으로 노동을 했다. 먹고사는 문제는 시간과 환경, 노동에 대한 생각도 바꾸어 버렸다.

사회 체제와 이념도 다시 들여다보자.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상공업과 해외 무역으로 부유해진 시민의 등장 덕분에 가능했다. 경제 시스템은 사유재산제를 확립하고 개인의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국가 앞에 선 시민에게 의무만이 아니라 권리도 함께 있음을 아테네가 세계 최초로 알게 된 연유다.

역사는 우리에게 비상사태를 경계할 지혜를 준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어처구니없는 튤립 열풍이 불었다. 투기의 속성과 거품 경제를 보여 주는 이 상징적 사건은 미국의 대공황에서 주가 폭락의 모습으로 반복되었다. 우리가 쉽게 휩쓸리는 오류도 찬찬히 따져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많은 경제 이론을 재미있는 드라마처럼 만들었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본떠 분업의 역사를 보여 주고, 마빈 바우어의 일화에서 경영 컨설팅의 필연성을 일깨우는 식이다.

구술에서 보여 줄 지적 소화력은 삶을 이해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차가운 경제 속에서도 그 따뜻한 과정을 체험해 보기 바란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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