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자제력 강한 아이 공부도 잘한다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 박사는 1970년경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 그는 4세짜리 아이들에게 1명씩 방에 들어가도록 했다. 방에는 벨과 마시멜로를 준비했다. 만약 아이가 벨을 누르면 그는 방으로 가 마시멜로를 하나씩 주었다. 만약 아이가 벨을 누르지 않고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그는 마시멜로를 2개씩 주었다.

비디오로 촬영된 실험 과정을 지켜보면 아이들은 몸을 비틀고 발길질을 하며 손으로 눈을 가리는 등 별별 행동을 다 한다. 미셸 박사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마시멜로를 2개씩 얻기 위해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가지각색이다. 어떤 아이는 1분도 참지 못하고 벨을 누르는가 하면 다른 아이는 15분이나 꾹 참고 기다린다.

실험 결과를 나중에 이들이 성장한 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과 비교한 결과 오래 기다린 아이일수록 좋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며 사회적으로도 성공했다. 반면 참지 못하고 일찍 벨을 누른 아이는 문제아가 되는 비율이 높았다. 또 학교 다니는 기간 내내 교사들에게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

‘마시멜로 실험’은 교육 개혁, 빈곤 퇴치, 인재 활용 등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책 결정자들은 학급 규모 축소, 교사 급여 인상, 보육 시설 의무화 같은 방안을 내놓는다. 주로 구조적인 해결책이다.

그러나 구조적 방안들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자들은 여기에 매달려 왔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핵심 질문을 간과했다. 바로 인간의 자제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보상 지연(Delayed Gratification)’과 같은 인간의 심리적 특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정책 결정자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시멜로 실험은 일상생활에서 자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보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젊은이들은 졸업을 위해, 학위를 따기 위해 지루함을 참아 가며 수업을 듣는다. 이들은 뭔가를 배우기 위해 단순 반복적인 과제를 완수한다. 이들은 약물과 알코올 중독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면 자제력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학교는 실패와 시련의 연속일 뿐이다. 그들은 십중팔구 학교를 중퇴한다. 그들에게 인생은 10대 임신, 약물, 도박, 범죄와 같은 현명치 못한 결정의 연속이다.

인간의 자제력 격차는 뿌리 깊은 것이지만 고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학계에서는 뇌의 이마엽(전두엽) 부분에 의해 관장되는 자제력의 어느 정도가 선천적이고 어느 정도가 후천적인지에 대해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자제력을 기르는 데 있어서 도덕 강의는 통하지 않는다. 의지력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1개의 마시멜로에 만족하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아이들은 엄격한 훈련을 받아서가 아니다. 그 아이들은 다른 생각에 골몰하면서 마시멜로의 유혹을 뿌리친 것이다.

‘행복의 가정(The Happiness Hypothesis)’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 씨는 자제력을 키우려면 아이들에게 좋은 행동은 보상이 따르는 환경을 마련해 주라고 조언한다. 자제력이 필요한 환경에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 서서히 자제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교육이 성공하려면 학생의 자제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도 평범한 결론이다. 그러나 교육자와 정책 결정자들은 오랫동안 이를 무시해 왔다. 구조적 해결책에 매달려 있는 동안 학생의 도덕적, 심리적 특성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