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실내공기]엄마 배속 태아때부터 "숨쉬기 괴로워"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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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아 유아나 어린이 및 노인들이 이용하는 각종 시설에서 세균 미세먼지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기준치를 훨씬 넘는 인체유해물질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발표될 한국실내환경학회 학술대회 논문들은 이 같은 시설뿐 아니라 사무실 학교 자동차의 내부 등 실내 환경의 총체적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손부순(孫富順)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는 활동량과 호흡량이 많은 데 비해 면역력이 약해 오염된 실내 공기로 인한 영향이 치명적”이라며 “이들이 하루 중 80%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실내의 공기 오염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회에 발표될 논문을 중심으로 부문별 오염 실태와 대책을 알아본다.》

■ 영아-보육시설

고려대 병설 보건대 환경보건연구센터 손종렬(孫鍾烈) 교수팀은 지난해 6∼11월 수도권의 보육시설과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실내 공기 오염 실태를 조사했다.

산후조리원 3곳에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부유세균 농도는 m³당 평균 1242CFU(Colony Forming Unit·세균 등 군집개체수의 단위)로 측정됐다. 환경부의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의한 기준치 800CFU의 1.6배가 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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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어린이집에서도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

손부순 교수팀이 3월 지은 지 1년이 안 되는 신축 어린이집 4곳을 임의로 선정해 실내 공기 중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이 물질의 평균 농도는 m³당 967μg(마이크로그램)으로 환경부 기준 500μg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호흡기 순환기 신경계통에 영향을 끼치는 발암물질이며 이른바 ‘새집 증후군’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손부순 교수는 “이번 조사 대상 신축 어린이집의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가 일반 주택이나 학교의 농도보다 더 높게 나왔다”면서 “시설을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다 보니 유해물질을 많이 사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초중고교 대학

지난달 30일 도로와 인접한 서울 동대문구 모 초등학교 4학년 교실. 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점심을 먹고 있었다.

“여름 가을에는 덜한 편이에요. 겨울만 되면 창문을 닫아서인지 10명 중 7, 8명이 목감기를 호소합니다.” 담임교사의 설명이다.

서울 H대 대학원에 다니는 박모(28) 씨는 강의를 들을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는 버릇이 생겼다. 강의실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 때문. 이 대학원 건물은 빔 프로젝트 등 첨단교육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올여름에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했다. 이 건물에서 오래 지내는 조교 등은 아예 병원을 내 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실제 손종렬 교수팀이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동안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55곳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부유세균이 기준치를 넘게 나왔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유치원과 중학교에서 각각 기준치를 초과하는 농도가 측정됐다. 포름알데히드는 유치원 초중고교에서 모두 기준치를 넘었다.

또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한돈희(韓敦熙) 교수팀이 8월 경남 소재 대학 실험실과 연구실의 공기 오염을 측정한 결과 신축 실험실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가 m³당 1029μg으로 기준치보다 2배 정도 높게 나왔다.

■ 사무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오피스텔에서 근무하는 김모(30·여) 씨는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가려운 알레르기 증상과 두통이 심해 지난달 병원을 찾았다. 오염된 실내 공기가 주범이라는 말을 듣고 아침부터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지만 증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양대 의대 김윤신(金潤信) 교수팀은 6월 28일부터 7월까지 수도권에 있는 사무실 39곳에서 실내 미세먼지의 실태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미세먼지의 경우 10곳에서 국내 기준치를 초과했다. 국제 기준으로는 24곳에서 기준치를 넘어섰다.

이들 사무실의 206명 직원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두통, 재채기, 안구건조 및 염증, 목 건조 및 염증, 집중력 장애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車-다중이용시설

새 차를 산 사람들은 ‘새 차 냄새’가 난다면서 좋아한다. 하지만 새 차 냄새는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건강에는 결코 이롭지 않은 화학성유해물질이다.

경원대 건축설비공학과 윤동원(尹東源) 교수팀은 지난해 8월 출고된 지 1주일된 신차의 공기 오염도를 조사했다.

문을 닫은 채 시동을 걸고 2시간 뒤 측정한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는 m³당 5만7000μg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실내 공기 권고 기준인 500μg의 무려 115배나 되는 수치다.

윤 교수는 “좌석 시트, 코팅제 등 내부 소재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 내부 소재를 친환경에 맞게 제한하고 운전자는 창을 열어 자주 환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환경부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손종렬 교수팀이 이 기준에 맞춰 수도권에 있는 다중이용시설의 공기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지하상가는 물론 도서관, 지하철 역사, 철도역 대합실, 버스터미널 대합실, 찜질방에서 부유세균이 기준치보다 1.2∼3.8배 높게 나왔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하루 대부분 실내서 활동…오염 치명적"▼

“어린이 학생 직장인 주부를 막론하고 현대인들은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바깥에서보다 훨씬 깁니다. 실내 공기는 바깥 공기보다 오염도가 덜 해도 건강에는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5일 열리는 한국실내환경학회 학술대회의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대구가톨릭대 양원호(梁原豪·사진) 산업보건학과 교수는 3일 “실내 공기 오염에 대한 관심이 ‘새집증후군’으로 대표되는 아파트에서 다양한 실내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히 성장기라 호흡량이 많은 학생들이 주로 머무는 학교, 노약자가 포함된 대중이 활동하는 실내 환경의 공기 오염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실내 공기의 질은 어떤 다른 환경문제보다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공기청정기 광촉매 개발 등 기술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외 대기오염을 개선하고 환기를 통해 맑은 공기가 실내로 자주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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