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유소작위(有所作爲)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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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법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실감나게 드러내기 위한 수사(修辭)기법이다. 고사성어(故事成語)나 사자성어(四字成語)도 비유의 유용한 수단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의 ‘16자 전법’이 보여주듯 사자성어로 통치나 대외정책의 핵심을 정리하곤 한다. 16자 전법이란 ‘적진아퇴, 적주아교, 적피아타, 적퇴아추(敵進我退, 敵駐我攪, 敵避我打, 敵退我追)’로 적이 다가오면 물러나고, 멈추면 교란하며, 피하면 공격하고, 물러나면 추격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덩샤오핑(鄧小平) 시대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 체제 출범과 함께 화평굴기(和平굴起)로 방향을 틀었다. ‘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르자’던 실리주의로 경제적인 힘이 축적되자, ‘세계평화를 지지하면서 대국으로 발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경계론이 고개를 들자 이를 불식하기 위해 평화 추구를 내세웠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상황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외교 전략이 바뀌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하지만 중국은 마오쩌둥 이래 줄곧 한 가지 외교원칙은 지키고 있다. 구동존이(求同存異)가 그것이다. 이견이 있으면 일단 미뤄 두고 의견을 같이하는 분야부터 협력한다는 원칙이다. 일국(一國)을 지향하는 중국이 홍콩에 대해서는 다른 제도를 인정한 일국양제(一國兩制)도 구동존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엊그제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된 제4차 6자회담에서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환영사를 통해 구동존이와 함께 지속적인 협상을 강조했다고 한다. 후진타오 체제 이후 중국이 새로 내세운 유소작위(有所作爲)란 말은 들리지 않는다. 필요한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의 뜻을 관철한다는 새 외교원칙을 6자회담에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얘기인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에도 북한 핵문제의 끝장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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