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미디어포커스 '71년 덕소모임' 악의적 보도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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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6월 여야 정치인들이 제7대 대통령 선거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경기 남양주 덕소에 있는 한 별장에서 일시 귀국하는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대사의 환송회를 가졌다. 앞줄 왼쪽부터 김성곤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 김대중씨, 김상만 동아일보 사장, 이철승씨, 정일권 국무총리, 뒷줄 왼쪽부터 이동욱 동아일보 주필, 김영삼씨, 윌리엄 포터 대사,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박권상 동아일보 편집국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1971년 6월 여야 정치인들이 제7대 대통령 선거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경기 남양주 덕소에 있는 한 별장에서 일시 귀국하는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대사의 환송회를 가졌다. 앞줄 왼쪽부터 김성곤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 김대중씨, 김상만 동아일보 사장, 이철승씨, 정일권 국무총리, 뒷줄 왼쪽부터 이동욱 동아일보 주필, 김영삼씨, 윌리엄 포터 대사,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박권상 동아일보 편집국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13일 오후 KBS1 ‘미디어 포커스’는 독재정권 하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동아일보가 오히려 그 시절 미국대사관을 통해 정부에 음성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부당하게 매도했다. 1971년 7월 9일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낸 비밀전문 내용을 발췌인용한 덕소별장 모임에 대한 보도는 특히 악의적인 왜곡이었다. 동아일보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KBS 보도내용의 진위를 확인해 보도하기로 했다.》

KBS는 우선 전문 첫머리에 언급된 동아일보에 대한 포터 대사의 긍정적 평가, 권력과의 갈등으로 인한 동아일보의 곤경, 예상되는 탄압에 대한 발행인의 우려를 일절 소개하지 않았다. 여야의 유력정치인들이 자리를 함께한 덕소모임의 동기를 제대로 조명하려면 그에 대한 소개가 핵심인데도 왜 그랬을까. 언론의 친미(親美)성향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이 프로그램의 성격에 비춰볼 때 ‘자의적인 생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전문은 먼저 “최근 한국의 선거기간 동안 나는 동아일보 편집인들의 고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특히 선거보도 때문에 중앙정보부와 학생들이 동아일보를 동시에 공격했을 때 그랬다. 학생들의 위협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편이다”고 동아일보가 직면한 안팎의 도전을 전하고 있다. 이어 “사실 동아일보가 (한국에서) 균형 잡힌 보도에 가장 근접해 있는 언론”이라고 평가하고, 71년 4월 대선과 5월 총선을 거치면서 권력의 눈 밖에 난 동아일보의 우려를 상세히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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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金相万) 발행인은 선거 후 중앙정보부장과 대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일보를 보호하기 위한 발행인의 조치는 동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발행인은 편집국장(박권상 전 KBS 사장)을 통해 내게 걱정거리를 알려왔다. 정부가 동아일보의 고위 편집간부들을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KBS가 이상의 사실들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동아일보마저 길들이려 했던 권력의 집요한 공작에 대해서는 눈을 돌린 채 권력의 ‘검은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아일보의 자구 움직임을 비난한 것은 반(反)역사적이다. KBS는 ‘독재권력에 대해 손 내민 신문사 사주’를 부각시키려 했던 듯하다. 그리고 이 같은 예정된 결론을 위해 중요한 사실마저 생략하고 무시한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또한 중대한 왜곡이다.

당시 독재권력의 직접적인 압력에 노출된 것은 바로 신문사 사주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 발행인은 권력에 손을 내밀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적대적인 세력들이 얼굴을 맞대고 손을 마주잡도록 중재하는 데 진력했다. 포터 대사가 “(동아일보의) 암울한 전망과 관련해 김 발행인이 내게 과도하게 부담을 주려 하지는 않았으나 나는 김 발행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모임)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것도 그런 취지였을 것이다.

전문에 첨부된 대화록(중앙일보 기사 번역본)에서 모임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도 있으나, KBS는 이 역시 소개하지 않았다. 이 대화록에 따르면 김 발행인의 초청으로 여권의 정일권(국무총리) 이후락(중앙정보부장) 김성곤씨(공화당 재정위원장)와 야당(신민당)의 김대중 김영삼 이철승씨가 참석한 모임에선 양대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이 화제가 됐다.

여야 정치인들은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하자는 얘기를 주고받았고, 포터 대사는 “미국 못지않게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장하고 있다”며 극찬했다. 따라서 이날 모임은 격렬했던 양대 선거 후 정치권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자리의 성격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KBS의 주장대로 ‘수상한’ 자리였다면 야당 지도자들까지 흔쾌히 참석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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