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의사 의거70주년]일제 "폭탄사건은 테러아닌 전투"

  • 입력 2002년 4월 26일 18시 32분


29일은 매헌 윤봉길(梅軒 尹奉吉·1908∼1932)의사가 중국 상하이(上海) 훙커우(虹口)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장절(天長節) 기념식 도중 일본군에게 폭탄을 던져 시라카와(白川)대장 등을 폭사시켰던 의거일 70주년되는 날이다. 이를 앞두고 윤 의사의 의거를 테러로 규정했던 일본에서도 테러가 아니라는 내용이 기록된 문서가 발견됐다.

또한 윤 의사가 거사 직전 찍었던 출정식 기념 사진에 등장하는 태극기가 현재 이화여대 박물관에 소장돼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모두 윤 의사 및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에 소중한 자료들이다.

윤봉길 의사의 1932년4월29일 중국 훙커우 공원 의거는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의거이지만 일본에선 줄곧 테러로 규정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측도 윤 의사의 의거를 테러나 암살이 아니라 대한민국임시정부 특공대의 정식 군사활동이라고 본 내용이 담긴 문서가 발견됐다. 사학자 신운용씨(36·더채널 근현대사연구소장)가 최근 일본 외무성 사료실에서 찾아낸 ‘만주사변 상해사건-상해 천장절 식중 폭탄흉변 사건’이라는 제목의 문서. 일본 육군이 1932년9월 작성한 내부 보고서로, 현재 외무성 문서번호는 A 1.1.0.21-18-8.

그동안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테러로 보았던 일본의 견해를 뒤집는 내용이 담긴 일본 외무성 사료. 사진제공 신운용

이 보고서는 윤 의사 의거에 의해 폭사한 시라카와 대장의 죽음을 전사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엔 윤의사의 거사를 ‘조선독립을 위한 편의대원(특수부대원)의 공격’이며 ‘시라카와 대장 사망은 공무 사망이 아니라 전사로 판정함이 옳다’고 적혀있다.

시라카와를 전사자로 인정한다는 것은 윤 의사 역시 상대 교전국의 병사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보고서엔 상하이 천장절 식장을 ‘상해 전장(上海戰場)’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사료는 윤 의사 의거뿐만 아니라 이봉창(李奉昌·1900∼1932)의사 의거 등 백범 김구(白凡 金九·1876∼1949)선생이 지휘한 한인애국단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윤 의사 의거는 테러가 아니라 특공대의 특공 작전이라는 논지를 펼쳐온 신용하 서울대 교수는 “일본 스스로 윤 의사의 의거를 테러나 암살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매우 의미심장한 자료”라면서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한인애국단의 독립운동과 윤 의사 의거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주는 매우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출정식 사진속 태극기 이대에 있다

윤봉길 의사가 거사 직전 백범과 함께 찍은 출정 기념사진. 뒤에 대한민국임시정부 태극기가 걸려 있다. 사진제공 이화여대박물관

윤봉길(尹奉吉·1908∼1932)의사와 이봉창(李奉昌·1900∼1932) 의사 관련 사진 중 우리에게 낯익은 것이 있다. 윤의사와 이의사가 거사 직전, 출정 선서를 하면서 항일투쟁의 결의를 다지던 모습의 사진. 그 두 사진 속에서 윤의사 이의사 뒤엔 태극기가 걸려있다. 윤의사와 백범 김구(白凡 金九·1876∼1949)와 함께 찍은 사진 속에도 태극기가 걸려있다. 그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태극기였다.

한국 독립운동사에 길이 빛나는 그 태극기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현재 이화여대 박물관에 잘 보관돼있다. 일부 전문가들만 알고 있을뿐 많은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사실.

이 태극기는 장준하(張俊河·1915∼75)가 타계 한달여 전인 1975년7월8일 이화여대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대 박물관의 유물 관련 기록에 따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비서였던 장준하는 1944년 4월 29일 백범으로부터 이 태극기를 전해받았다. 이후 광복 3일 뒤인 1945년 8월18일 조국으로 돌아오면서 광복군 참모장이었던 이범석(李範奭·1900∼1972)과 함께 이 태극기를 갖고 들어왔다. 이후 줄곧 장준하가 보관해오다 1975년7월8일 이대 박물관에 기증했다. 크기는 가로 257.5cm, 세로 128cm. 천으로 만들었고 태극과 8괘는 헝겊을 오려서 붙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한-중 학술회의 등 다양한 기념행사

매헌 윤봉길(梅軒 尹奉吉·1908∼1932) 의사 의거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행사가 마련된다.

‘윤봉길 의사 의거 제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9일 서울 양재동 매헌 기념관 3층 대강당에서 윤 의사 상하이 의거 7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추진위와 외교통상부, 국가보훈처는 중국 상하이시 훙커우구와 공동으로 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 내 매헌정에서 ‘윤 의사 의거 제70주년 기념행사’를 거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홍커우구가 보관 중인 윤 의사 영정 사진 7점을 비롯 한국에서 새로 준비한 사진 자료 등 총 33점을 전시한다.

이에 앞서 독립운동 관련 상하이 국제 학술회의를 28일부터 5월2일까지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중심센터에서 개최한다. 한국민족운동사학회가 주관하는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한국 중국의 전문가 27명이 강연과 토론회를 갖는다.

또 독립운동 이전에 농촌계몽운동가였던 윤 의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73년 시작해 3회까지 시행하고 중단했던 ‘매헌 농민상’을 다시 부활한다. 추진위는 농촌 운동가들의 외국 연수 기회를 마련해 선진 농업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매헌 문학상’ ‘매헌 교육상’ 등으로 분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밖에 추진위는 윤 의사 서거일에 기념 우편 엽서 20만매를 발행하는 것을 비롯 △윤 의사 다큐멘터리 영상물 제작 보급 △기념관 대강당 영사기 설치 △윤 의사 전기 발간 보급 △유적지 답사 사적 연구 △뮤지컬 제작 공연 △‘핑클’ 조성모 등 인기가수 초청 국민 음악회 등 총 12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윤 의사 관련 행사를 열 계획이다. 02-577-9932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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