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명의 되려면 명화를 봐라"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41분


영국화가 헨리 월리스가 그린 '채터턴의 죽음'
영국화가 헨리 월리스가 그린 '채터턴의 죽음'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림에도 조예가 있어야 할지 모른다.

미국 예일대학 의대의 어윈 브레이버맨 교수 연구팀은 미술 교육을 받은 의대생들의 환자 진단 능력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의학협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브레이버맨 교수는 이 결과를 “주어진 그림을 보고 질문에 답하는 강의를 통해 환자에 대한 관찰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브레이버맨 교수팀은 먼저 의대생들에게 여러 환자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환자가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묻는 1차 시험을 실시했다. 1차 시험에서 의대생들은 거의 비슷한 점수를 얻었다.

연구팀은 1차 시험을 거친 학생들을 미술 강의와 해부학 등 일반 의과 강의를 듣는 집단으로 나누고 수강 뒤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2차 시험 결과 미술 강의를 받은 학생들이 일반 의과 강의를 들은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예일대 의대는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브레이버맨 교수의 연구결과를 수용해 미술 강의를 의대 신입생 필수과목으로 선정하고 있다.

미술 강의는 주어진 그림을 관찰한 뒤 전문 강사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채터턴의 죽음’이란 그림(사진)을 보고 그림 속의 주인공은 잠이 든 것인지, 혼수상태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 또 그림 속의 방은 집안의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물었다.

의대생들은 교육을 통해 그림 속의 비정상적인 자세는 주인공이 잠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며, 얼굴 색이 납빛인 것으로 봐서 주인공은 이미 죽은 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창 밖의 풍경을 보면 다락방이거나 언덕 위에 있는 집의 지하실일 가능성이 모두 있지만 창이 난 벽의 경사로 봐서는 다락방임에 틀림이 없다는 답도 이끌어냈다.

다리가 아픈 환자를 진단할 때 의대생들은 흔히 다리만 본다고 한다. 브레이버맨 교수는 그러나 “그림을 감상하듯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찰하면 부은 눈을 보고 갑상선 이상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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