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삶과 죽음사이 인간본질 통찰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1시 26분


삶과 죽음, 그리고 성(性)….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일본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The Ballad Of Narayama)’를 연출한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영화 한 편으로 인간의 이 영원한 화두에 도전한다. 83년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

이 작품은 부모가 70세가 되면 전설의 산 나라야마에 버려야 하는 100여년 전 ‘일본의 고려장(高麗葬)’ 풍습을 중심 줄거리로 삼고 있다.

당시 일본 북쪽의 산간 마을. 69세이지만 이빨 하나 상하지 않고 정정한 할머니 오린(사카모토 스미코 분)은 다가오는 겨울 나라야마로 떠나겠다고 가족에게 알린다.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나라야마 행은 노인의 명예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불문율(不文律). 그러나 아들 다츠헤이(오가타 켄 분)는 죽음을 준비하는 노모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회의 관습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마무라 감독은 관습과 인성(人性), 욕망과 헌신 등 인간의 삶 속에 숙명적으로 존재하는 ‘대립항’들을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130분짜리 영상에 담긴 인간의 군상(群像)은 너무나 솔직하고 절박하고 대담하다. 내다팔 수도 없어 논바닥에 버려지는 남자 아이, 동네 개를 붙잡고 욕정을 푸는 남자, 식량을 훔친 벌로 생매장당하는 일가족, 친동생과 하룻밤 동침할 것을 아내에게 부탁하는 남편….

이 원초적인 모습들은 충격을 넘어 때론 두려움을 안겨준다. 프랑스의 일간지 리베라시옹도 이 영화의 칸영화제 수상 당시 “비참한 사람들의 위대한 서사시”라고 표현했을 정도.

하이라이트는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나라야마로 떠나는 여행을 다룬 마지막 20여분간. 죽음을 재촉하는 노모와 그를 살리고 싶은 아들이 나누는 ‘침묵의 대화’는 가슴뭉클하다. 30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이마무라의 작품세계▼

“거짓말이죠?”

83년 일본 도쿄의 자택에서 ‘나라야마 부시코’가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이마무라 쇼헤이감독(73·사진)의 첫 소감. 동양적 체취가 강한 자신의 작품을 서구인들이 제대로 이해할 리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칸영화제는 97년 ‘우나기’로 다시 한번 그에게 대상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제에서 두 차례 대상을 받은 감독은 미국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유고의 에밀 쿠스트리차 정도.

일본 와세다대에서 서양사를 전공한 그는 오즈 야스지로의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58년 ‘훔쳐진 욕망’으로 데뷔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에 창녀 무당 유랑극단원 등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을 많이 등장시켜 일본인의 근원적 심성을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