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철학의 눈으로 고전 다시 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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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김진영 지음/304쪽·1만6500원·메멘토


소설에 철학이라는 현미경을 들이대면 의미가 변하고 뒤집힌다. 지금껏 읽어온 세계 고전소설에 숨어 있는 철학적 의미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여정이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철학아카데미에서 수많은 학생, 대중을 가르치다 지난해 생을 마감한 저자의 ‘전복적 소설 읽기’ 강의를 정리했다. 평생 철학 연구 및 대중화에 힘쓴 저자의 깊은 통찰과 유쾌한 분석이 돋보인다. 약 10년간 100여 개의 문학작품을 강의한 그는 소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책은 8개 소설을 8개의 키워드로 조명한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카프카의 ‘변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카뮈의 ‘이방인’ 등을 통해 죽음, 괴물, 기억, 광기, 동성애, 부조리, 고독, 정치라는 키워드를 꺼낸다.

정해진 해석과 교훈에 따라 소설을 흡수하던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시대적 배경,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작가의 집필 의도 등에 주목하니 소설이 새롭게 보인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등장인물 ‘뫼르소’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마지막 장면을 “존재를 발견하는 축제”로 읽고,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죽음을 예수의 십자가와 연결짓기도 한다.

익숙함을 재발견하는 맛이 있다. 저자는 “문학은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연결을 끊는 힘”이라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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