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록 놓쳤지만 진화하는 안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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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
2시간27분28초 국내 여자 1위
개인최고기록 49초나 당기며 도쿄올림픽 기준기록 가볍게 통과
손등에 ‘밀리면 죽는다’ 글귀… “10월 체전 한국최고 재도전”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 국내 여자부에서 안슬기가 2시간27분28초의 기록으로 2016년에 이어 대회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김재명 기자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 국내 여자부에서 안슬기가 2시간27분28초의 기록으로 2016년에 이어 대회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김재명 기자
“한국기록을 깨지 못해 아쉽지만 제 기록을 단축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어요. 항상 ‘조금씩이라도 발전하자’는 생각으로 뛰니까요. 희망을 봤습니다.”

2시간27분28초로 국내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안슬기(27·SH공사)는 ‘악바리’로 통한다. 2016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발바닥 피부가 벗어져 흰 양말을 피로 물들이며 우승했고(2시간32분15초), 지난해 대구국제마라톤에서는 달리는 도중 경련이 일어난 오른쪽 다리를 옷핀으로 찔러가며 2시간28분17초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당시 결승선을 통과한 안슬기의 다리는 피범벅이 돼 있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부상 탓에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던 안슬기는 “올해만큼 컨디션이 좋은 적이 없었다. 한국기록을 꼭 깨고 싶다”고 했지만 일단은 내년 도쿄 올림픽 여자마라톤 기준기록(2시간29분30초)을 여유 있게 넘어선 것에 만족해야 했다.

안슬기의 최근 상승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7월 1만 m에서 32분33초61을 기록하며 13년 묵은 한국기록을 깼고, 마라톤도 매년 자신의 최고기록을 바꿔 가고 있는 중이다.

왼손 등에 ‘밀리면 죽는다’는 글씨(사진)를 써놓고 레이스를 마친 안슬기는 “한국기록(2시간25분41초)을 깨기 위해 2시간24분대에 맞춰 훈련을 해 왔는데 초반에 약간 오버 페이스를 한 게 안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슬기의 눈은 내년 8월 도쿄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아직 출전할 선수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안슬기의 출전은 유력해 보인다. 그는 “올해 안으로 엔트리가 확정되면 내년에는 하프마라톤 정도만 뛰면서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골인 지점에서 안슬기를 챙겨준 이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21년 만에 한국기록을 세운 김도연(26·SH공사)이었다. 김도연은 대회 출전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부상으로 뛰지는 않았다.

내년 올림픽 전까지 안슬기가 뛰는 마지막 풀코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체전 코스도 이번 대회와 동일하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서울’ 소속으로만 전국체육대회에 나갔어요. 100번째를 맞은 의미 있는 대회에서 다시 한번 한국기록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동아마라톤#서울국제마라톤#안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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