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풍향 초단위 예보 ‘스키점프 안전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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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점프 날씨정보센터 박정민씨
해발800m 강풍-강추위와 매일 사투… “우리 국가대표 비행 직접 관전 영광”

19일 한국 남자 스키점프 단체전 경기가 열린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앞에서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19일 한국 남자 스키점프 단체전 경기가 열린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앞에서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누가 뭐래도 제 눈에는 가장 멋지게 날았습니다.”

19일 한국 스키점프 남자팀의 마지막 경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45)은 하루가 지난 20일에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가 근무하는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장 저지타워(judge tower·심판들이 있는 곳)는 스키점프대 바로 옆에 위치해 선수들의 도약과 활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박 예보관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추위도 잊은 채 테라스로 나갔다”며 “기록과 관계없이 힘차게 뛰어 멋지게 착지한 우리 선수 모두가 내겐 영웅”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키점프팀은 19일 단체전 1차 성적이 12개팀 중 최하위로 8개팀이 올라가는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홈 단체비행’이라는 꿈을 이뤘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박 예보관의 공식 직함은 평창 올림픽 스키점프 날씨정보센터(WIC) 예보관이다. 2주간 다른 예보관과 교대로 스키점프의 모든 훈련과 경기 예보를 주관했다. 출발, 도약, 착지 지점에 설치된 3개 관측기가 측정한 값을 토대로 순간 풍속과 풍향 등을 예측하는 일이다.

박 예보관은 “일반적인 날씨예보가 1, 2시간 단위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스키점프 경기장 예보는 선수가 경기하는 순간 풍속과 풍향 등을 초, 아니 초초 단위로 쪼개 예보해야 한다”며 “예보관으로서 부담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함께 날씨를 느껴야 하기에 근무 공간의 창문은 늘 활짝 열어 놨다. 말이 저지타워 안이지 종일 실외에서 근무한 셈이다. 해발 800m가 넘는 강원 산지의 찬바람은 내의, 티셔츠, 재킷, 고어텍스, 외투까지 5겹을 껴입고 핫팩 2개를 끼고 있어도 추웠다. 박 예보관은 “그래도 체감온도 영하 20도에서 시속 90km로 달려 100m를 날아가는 선수들에게 비하겠느냐. 내겐 따뜻한 커피와 초코바가 있었다”며 웃었다.

선수들의 안전이 달린 만큼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었다. 10∼13일에는 평균 풍속 초속 10∼14m, 순간 풍속 최대 18m의 강풍이 불었다. 태풍 수준이었다. 박 예보관은 “바람이 강하게 불면 도약한 선수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이 내 눈에도 선명히 보여 아찔했다”고 말했다.

박 예보관은 22일 노르딕복합(스키점프+크로스컨트리) 결승을 마지막으로 스키점프대를 떠나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박 예보관은 “영화 ‘국가대표’ 주인공들의 비행을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이제 빅에어에 출전한 한국 선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스키점프 경기장 저지타워#스키점프 날씨정보센터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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