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저잣거리에 웬 ‘목우촌’ ‘놀부보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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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 ‘PPL’ 사극으로 영토 확장

지난달 27일 방송된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간접광고로 살짝 삽입된 농협 축산브랜드 ‘목우촌’의 한글 간판. SBS TV 화면 캡처
지난달 27일 방송된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간접광고로 살짝 삽입된 농협 축산브랜드 ‘목우촌’의 한글 간판. SBS TV 화면 캡처
사극 드라마에도 간접광고(PPL)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유아인(이순 역)이 잠행을 나간 저잣거리에 ‘목우촌’ 한글 간판이 나타났다. 농협의 축산 브랜드인 목우촌이 푸줏간에 간접광고를 삽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선 “참신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브랜드명을 보여줘서 몰입에 방해된다”는 누리꾼 의견이 많았다. 이처럼 논란이 일면서 목우촌은 자연스레 광고 효과를 누리게 됐다. PPL을 넣은 외주제작사 스토리티비의 박광선 PD는 “당시 한글이 널리 쓰였다는 역사적 문헌을 확인하고, 상점 간판에서도 한글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화장품 간접광고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방송된 MBC ‘아랑사또전’에서는 보쌈업체 놀부보쌈이 PPL을 했다. 극 중 유난히 보쌈을 먹는 장면이 많았던 황보라(무당 역)는 최종회에서 놀부보쌈 캐릭터를 간판에 걸고 보쌈 집을 개업한다. 또 극 중 이방들이 신민아(아랑 역)에게 사과즙을 주며 “피로 해소와 변비 예방, 피부 미백에 좋은 밀양 사과”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밖에 MBC ‘짝패’의 이문식(장꼭지 역)이 “고창은 복분자주가 유명하지”라며 난데없이 타령을 부르고, ‘동이’에서 “문경은 오미자야”라는 대사가 나온 것도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협찬 광고에 해당한다.

사극에서 ‘억지스럽다’는 논란을 감수하고도 PPL을 넣는 이유는 제작비 때문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16부작 현대극의 회당 제작비는 2억5000만∼3억 원. 반면에 미술제작비와 엑스트라 출연료가 많이 드는 사극은 회당 4억∼5억 원에 이른다. 특수효과가 필요한 경우 6억 원을 넘기도 한다. 결국 상당 부분을 광고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사극은 해외 수출로 추가 수익이 발생하기 전에는 제작비를 맞추기 어려운 장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PPL을 진행했다가는 ‘생뚱맞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사극#간접광고#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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