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잔]철학해설서 ‘우파니샤드’ 낸 이명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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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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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힌두경전 소개 내면의 수양 담겨있죠”

그는 2007년 ‘예수 석가를 만나다’라는 책을 쓰고 동아일보와 인터뷰했다. 인터뷰 기사 옆에는 인도 델리의 한 박물관 앞에서 합장을 하고 찍은 그의 사진이 실렸는데 다음 날 그가 강사로 일하던 신학대 측에서 연락을 해왔다. 해고 통보였다.

“그래서 결국 중국에 오게 됐지만 종교 간 대화는 계속됩니다.” 중국 지린사범대 교환교수인 신학자 이명권 씨(사진)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멋쩍은 듯 웃었다. 기자는 ‘마음의 빚’을 안고 있었지만 15일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 씨의 목소리는 밝고 친절했다. ‘예수 노자를 만나다’(2006년) ‘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2008년) ‘공자와 예수에게 길을 묻다’(2008년) 등 꾸준히 타 종교와 대화를 시도해온 이 씨가 신간 ‘우파니샤드’(한길사)를 냈다. 다른 저작과 달리 이 책은 온전히 힌두 경전 우파니샤드만을 위한 해설서다.

“우파니샤드는 서양의 성경에 비견되는 ‘동양의 성경’으로, 동양 철학과 이상의 뿌리입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경전이기 때문에 일단 소개를 하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힌두교 경전 ‘베다’의 4개본 중 최종판인 우파니샤드는 앞선 경전과 달리 제사나 율법보다 내면의 수양을 강조한다. 나의 진짜 자아인 ‘아트만’과 전 우주의 본령인 ‘브라만’은 결국 둘이 아닌 하나로,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깨달으면 곧 우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감리교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씨는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진학해 처음 우파니샤드를 만났다. 기독교인에 신학자였지만 시대를 앞서 간 경전의 매력은 이 씨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기복적 사고에서 내면적 사고로의 전환은 ‘사랑 믿음 소망’을 강조한 예수의 새 율법 창시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초기 경전인 ‘리그베다’가 구약성서라면 우파니샤드는 전통적 사고에 혁명적 전환을 불러온 신약성서라 볼 수 있습니다.” 우파니샤드의 철학은 불교, 공자·노자의 수신(修身)사상의 원류다. 이 씨는 이것이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우파니샤드에 따르면 진리는 곧 내 안에 있습니다. 우리 내면을 수양해 사랑과 평화에 이르면, 오늘날 시리아나 리비아, 아프리카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사는 없겠죠.”

그는 조만간 리그베다 해설서도 출간한다. 힌두철학에 푹 빠진 신학자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경구는 뭘까. “우파니샤드에 ‘그가 바로 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네가 곧 진리다’라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타불이(自他不異)’의 베다 철학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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