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바로 세우자]<下·끝>목 척수가 눌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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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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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숙였더니 손발 저릿… 신경관 확장 수술을

《회사원 김모 씨(50·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몇 년 전부터 다리에 힘이 없어 걷는 데 지장이 있었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건 4년 전, 손발이 저리는 것부터 시작됐다. 별것 아니라고 방치한 병이 점점 심해졌다. 평지에서도 쉽게 넘어졌고 조그만 물건을 들기도 힘들었다. 지난해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난생처음 듣는 ‘후종인대골화증’으로 진단을 받았다. 후종인대골화증은 목뼈의 딱딱해진 인대가 척수를 누르는 것. 김 씨는 최근엔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진 뒤 갑자기 사지가 마비되고 극심한 팔다리의 저림 증세가 나타나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김석우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후종인대골화증은 경추 환자의 2∼3%로 인구 100만 명당 63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뇨병, 강직성 척추염, 척추뼈가 이유 없이 자라나는 ‘특발성 미만성 골비후’ 등의 환자에게도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일본 등 동양인에게 많이 나타나 인사와 절 등 목뼈를 자주 굽히는 생활문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 뇌기능은 정상, 뇌중풍과의 변별이 중요

신경이 눌리는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다. 초기엔 목이 뻣뻣하고 목을 앞으로 숙일 때 손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 진행되면 젓가락질이나 단추 끼우기를 제대로 못하는 등 손놀림이 둔해진다. 손과 다리의 힘이 빠지고 걷는 자세도 불안하다. 다른 목 질환들은 목이나 어깨에 통증이 국한되지만 이 질환은 팔 다리 마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몸의 동작이 둔해지는 자연적인 노화현상이나 뇌중풍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뇌질환은 대개 얼굴이나 눈,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대부분 오른쪽 또는 왼쪽 팔 다리에 동시에 마비 증세를 보인다. 반면 후종인대골화증은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고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더라도 머리(뇌)의 기능은 극히 정상이므로 사물을 판단하거나, 말을 하거나 기억, 눈 동작, 얼굴 움직임 등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오래될수록 신경회복 어려워

목뼈 인대가 신경을 압박하는 걸 방치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한림대성심병원 의료진이 후골인대골화증 환자의 신경관을 넓혀주는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성심병원
목뼈 인대가 신경을 압박하는 걸 방치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한림대성심병원 의료진이 후골인대골화증 환자의 신경관을 넓혀주는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성심병원
약물로는 근본적으로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후종인대를 치료할 수 없다. 따라서 일단 신경증상이 진행되면 수술이 최선. 오래될수록 눌려 있던 신경이 정상 복구되기가 어려워지므로 되도록 빨리 수술하는 것이 좋다.

후종인대골화증 수술법엔 목 뒤에서 접근해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주는 후궁성형술이 있다. 경추 한쪽을 전동드릴로 자른 뒤 좁아진 신경관을 확장한다. 하지만 전동드릴을 사용하다 자칫 수술 중 신경 손상의 위험이 있다. 한쪽에서만 넓혀주므로 수술한 부위가 다시 막히는 재협착이나 자른 부위의 반대편이 과다한 하중을 받아 부러질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엔 ‘중앙분리형 후궁성형술’을 시행한다. 이는 목뼈 중앙에서 수술하는 것. 전동드릴 대신에 머리카락 굵기의 가느다란 실톱을 사용한다. 신경관을 반으로 잘라 공간을 확장한 후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그 사이에 인조뼈를 이식해 공간을 확보하는 수술이다.

김 교수는 2008년 9월부터 올 6월까지 44명의 환자에게 중앙분리형 후궁성형술을 시행해 97.5%의 환자에게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 과도한 목 운동이나 무리한 자세 피해야


목 건강을 위해서는 한 자세로 가끔씩 손으로 목을 잡고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목 건강을 위해서는 한 자세로 가끔씩 손으로 목을 잡고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수술 뒤 환자는 수영, 조깅, 등산 등의 유산소 운동과 가능한 모든 운동을 할 수 있지만 목을 사용하여 짐을 지거나 목 부위에 하중을 가하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목 건강에 유의하고 올바른 생활습관, 규칙적 운동만으로도 수술 후에 현저히 달라진 건강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평소 목 관절 건강을 위해 한 자세로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는 동작을 피한다. 가끔씩 목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이고 목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손으로 맞대고 머리를 좌우, 전후로 밀어주는 운동을 한다.

목 건강에 영향을 주는 엎드려서 책 보기, 누워서 텔레비전 보기, 높은 베개 베기, 소파에 장시간 눕기와 같은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습관적인 목 돌리기와 목 꺾기는 목뼈와 디스크에 손상을 주므로 피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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