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개발 허락 안하면 G20때 폭력시위”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강남 구룡마을, 망루 세우고 연일 집회

최근 서울시, 강남구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망루를 세우고 다음 달 열릴 G20 정상회의기간에 맞춰 폭력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서울시, 강남구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망루를 세우고 다음 달 열릴 G20 정상회의기간에 맞춰 폭력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가자 G20 정상회의장으로!’ ‘G20 정상들도 우리의 참상을 반드시 보고 들을 것이다.’ ‘망루에 다 목숨 건다. 서울시에서 구제하라.’

1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에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맞춰 시위를 예고하는 플래카드 수십 장이 걸려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이곳 주민 200명은 이달 3일부터 마을 입구에 텐트를 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6일부터는 양재대로 변에 약 7m 높이의 망루를 쌓았다. 민영개발을 허락하지 않으면 망루에 올라 양재대로를 향해 골프공이나 화염병을 쏘겠다는 것. 한 주민은 “G20이 중요한 행사인 줄은 알지만, 우리가 흥분하면 망루 위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엄포를 놓았다. 구룡마을과 코엑스는 직선거리로 3.5km에 불과해 G20 준비위원회와 경찰도 긴장하고 있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도심 개발에 밀린 사람들이 모여 형성한 서울 최대 무허가 판자촌. 이곳 주민들은 2000년대 초반 경매를 통해 이 땅을 매입한 주인 정모 씨로부터 소유권을 산 뒤 정 씨와 함께 민영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G20 정상회의 개최 전까지 강남구 측이 제안한 구룡마을 민간개발안을 서울시에서 승인해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것. 주민 대표는 8일과 11일 송득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각각 만나 협상에 나섰지만 개 발방식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서울시와의 협상에서 주민들은 “강남구청의 민영개발안을 승인하라”고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구룡마을 정비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민영개발 방식은 소수 개발업자에게 과도한 특혜가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에 앞서 강남구는 지난해 5월 용지 내에 마을 주민을 위한 1200채 등 총 2700채를 짓겠다는 민간업체의 개발 계획안을 승인한 바 있다.

신 구청장은 11일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G20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며 “주민들의 의견은 서울시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3층까지 쌓다 중단한 망루를 더 높이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