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약’ 맹신 마세요 ‘진물’은 닦지 마세요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7분


■ 우리 아이 상처 어떻게 치료하나

《주부 전현근(38·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아들 현준(6)이 툭하면 넘어져서 고민이다. 전 씨는 아들에게 상처가 생기면 ‘빨간약’으로 불리는 소독약을 수시로 발라주고 입으로 후후 불어 말려준다. 상처가 심해 진물이 고이면 즉시 닦아준다. 딱지가 앉은 정도로 상처가 아물면 즉시 딱지를 떼어내고 밴드를 붙여준다. 이런 전 씨의 상처 치료법은 오히려 상처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처를 잘못 관리하면 회복 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나중에 같은 부위에 상처가 났을 때 치료가 힘들어진다.》

○ 작은 상처는 밴드 안 붙이는 게 좋아

상처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상처를 씻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씻어주는 것만으로도 소독 효과는 크다.

‘포비돈’ ‘베타딘’ 등의 소독약이나 과산화수소수는 자꾸 바르는 것을 피해야 한다. 세균과 함께 피부재생 세포도 함께 죽어 오히려 상처 치료가 늦어진다.

소독하는 횟수는 상처의 깊이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 1회 정도로 충분하다. 작은 상처는 굳이 상처 부위를 밴드, 거즈 등으로 덮을 필요 없이 자연 노출시키는 것이 낫다. 감염의 우려가 있다면 소독과 피부재생 성분이 함께 들어 있는 연고를 사용한다.

상처가 클 경우 상처 부위에 피와 진물이 함께 고인다. 이때 피는 닦아내지만 진물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진물 속에는 세균을 죽이고 피부 재생에 필요한 성장인자를 가진 백혈구가 있어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진물을 수시로 닦으면 오히려 상처가 쉽게 아물지 못한다. 가정에서는 상처 부위를 씻고 말린 후 랩으로 둘둘 말아서 습한 상태를 유지해준다.

상처에는 일반 밴드보다 습윤밴드를 붙여주는 것도 좋다. 습윤밴드는 상처의 진물을 유지해 피부세포가 잘 자라도록 도와주고 상처를 외부로부터 보호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한다.

피부 재생과 항생 연고 성분을 포함한 복합 습윤밴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따로 붙일 필요 없이 새살을 돋게 하는 마데카솔 성분이 함유된 ‘마데카솔플러스 밴드’나 항생제 연고 성분이 들어 있는 ‘더마K’ ‘맘스폼’ 등이 나와 있다. 그러나 연고와 일반 밴드를 따로 사는 것보다 가격이 2, 3배 비싸다.

○ 딱지 제거땐 겔 성분 밴드로 녹여야

상처에 딱지가 생겼을 때는 그대로 둔다. 딱지는 상처를 외부 감염으로부터 차단해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어린아이는 딱지가 생기면 딱지를 떼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2차 감염을 일으켜 흉터가 크게 남는 경우가 있다. 딱지가 생기기 전에 상처 부위를 건드리지 않도록 밴드 등을 붙여준다.

딱지 주변에 고름이 계속 나오면 딱지가 세포 재생을 막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딱지를 없애주는 것이 좋다. 딱지를 제거할 때는 억지로 떼어내지 말고 딱지 위에 하이드로겔 성분이 포함된 습윤밴드를 붙여준다.

겔 성분은 고름을 흡수하고 딱지를 자연스럽게 녹도록 해준다. 고름이 많이 나와 딱지를 떼어내야 한다면 딱지를 생리식염수나 깨끗한 물로 촉촉하게 적신 후 말랑말랑해지면 깨끗한 거즈를 이용해 제거한다. 떼어낸 부위에는 상처치료 연고를 골고루 얇게 펴 바른다.

○ 상처 부위는 햇볕 노출을 피하세요

상처가 생긴 부위는 정상적인 피부에 비해 얇고 민감한 상태다. 상처는 아물었다고 하더라도 피부가 완전히 재생되는 데는 3∼6개월이 걸린다.

이때 햇빛을 쬐면 멜라닌을 만들어내는 세포가 자극을 받아 멜라닌 합성이 늘어난다. 멜라닌은 상처 부위를 갈색 혹은 검붉은색으로 변하게 한다. 얼굴 등에 상처가 생기면 피부가 재생될 때까지 모자, 선글라스, 기능성 습윤밴드 등을 이용해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피한다.

김낙인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상처가 생기면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며 “평소 얼굴, 팔다리 등에 상처가 날 것에 대비해 연고가 함유된 습윤밴드를 한 장씩 지갑에 넣어 다니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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