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23>衆口鍊金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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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소문이 아주 빠르게 퍼진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나 빨라서 도저히 되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예전에도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일단 소문이 나면 쓸어 담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소문이 굳으면 여론이 된다.

여론은 참으로 무섭다. 빠르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일단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여론은 형체가 없다. 금력이나 권력도 그것을 부술 방법이 없다. 아무도 흐름을 막을 방법이 없다. 독재사회나 민주사회를 막론하고 여론이 강할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여론에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

衆口鍊金(중구연금)이라는 말이 있다. 衆은 무리라는 뜻이다. 大衆은 큰 무리, 많은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衆寡不敵(중과부적)은 원래 ‘많은 무리와 적은 무리는 서로 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말이 지금은 적은 것은 많은 것을 당해낼 수 없다는 말로 사용된다. 口는 입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말이나 소문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鍊은 쇠에 열을 가하여 녹인 후에 이를 다듬는 것을 뜻한다. 이 한자는 煉으로도 쓴다. 이런 의미로부터 쇠를 정련하다, 쇠를 단련하다, 쇠를 다듬다라는 뜻이 나온다. 金은 쇠를 뜻한다. 이상의 의미를 합치면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단련시킨다, 즉 ‘여러 사람의 입에 나돌면 쇠도 녹는다’는 말이 된다.

여론은 이와 같이 무섭다. 여론의 지지가 필요한 사람은 이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예전 사람들은 民心이 天心이라고 말했다. 백성의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하늘의 뜻을 무시하고 무슨 일을 하겠는가?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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