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 대부 광고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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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려 조원석(위) 최민식(가운데) 최수종(아래)이 출연한 대부업체 CF. 최근 대부업체 CF에 대해 ‘사채 광고’라는 비판이 일면서 연예인들의 출연 중단이나 지상파의 방영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미려 조원석(위) 최민식(가운데) 최수종(아래)이 출연한 대부업체 CF. 최근 대부업체 CF에 대해 ‘사채 광고’라는 비판이 일면서 연예인들의 출연 중단이나 지상파의 방영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

‘사모님’ 김미려와 ‘죄민수’ 조원석. 두 개그맨이 코믹한 표정으로 1970년대 샹송 ‘파롤레, 파롤레’에 맞춰 ‘무이자’를 노래한다. 대부업체 ‘러시 앤 캐시’의 TV 광고 삽입곡이다. 누리꾼 ‘문풍지’는 인터넷에 “요즘 어린이들이 ‘무이∼자’를 장단 맞춰 부른다”며 “광고라고 하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는 글을 남겼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이 일자 인기 탤런트들의 대부업체 CF 출연 중단이나 방송사의 CF 방영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업은 합법적인 등록 사업이긴 하지만 ‘사채 광고’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회사 엠브레인이 전국 20대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선, 응답자의 86.5%가 “연예인의 대부업 CF 출연에 반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탤런트 최수종은 11일 대부업체 ‘원더풀’ CF에 “더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속사에서 계약을 진행했는데 일반적인 금융업으로 알고 수락했다”며 “대부업이 불법은 아니나 이미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계약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김하늘도 지난달 31일 위약금을 지불하며 ‘러시 앤 캐시’의 광고를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중단했다.

SBS는 사채업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 ‘쩐의 전쟁’ 시간대에 편성됐던 대부업체 광고를 방영 일주일 전 취소했다.

SBS 광고팀의 한 관계자는 “‘쩐의 전쟁’의 전작인 ‘마녀유희’ 방영 시 대부업체 광고가 나왔다”며 “방송사와 드라마 이미지를 고려해 한국방송광고공사에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업체가 TV 광고와 별도로 ‘쩐의 전쟁’의 제작 협찬까지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연예인을 CF 모델로 기용한 대부업체는 ‘러시 앤 캐시’ ‘원캐싱’ 등 10여 개 업체. 해당 CF에 나왔거나 출연 중인 연예인도 최민식 김하늘 최수종 한채영 탁재훈 송선미 등 20여 명이다.

특히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을 펼쳐 온 영화배우 최민식은 “영화 시장만 소중하고 서민경제는 안중에 없느냐”는 누리꾼의 비판을 듣기도 했다. 최근에는 최민수 강주은 부부가 대부업체 CF 계약을 한 사실이 알려져 누리꾼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대부업체들은 비판 여론 때문에 다른 CF에 비해 더 높은 출연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 CF를 거절한 탤런트 전노민은 “출연료가 다른 광고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도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서로 (출연료를) 더 주고, 더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 3사도 지난해 대부업 CF로 16억6600만 원(KBS), 10억9000만 원(MBC), 9억800만 원(SBS)의 수익을 올렸으나 올해 여론이 악화되자 방영을 자제하고 있다. 현재 대부업체 CF는 주로 케이블 방송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방송자율심의기구에서도 대부업을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해석해 CF를 허용했다”며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정서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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