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출연 소녀 자살 놓고 네티즌 논란

  • 입력 2007년 6월 6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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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몸무게를 40Kg이나 빼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까지 했던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친구들은 이 여고생이 TV 출연 이후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하고 있어 자살 원인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오전 5시 20분경 대전시 동구 인동 M아파트에서 모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16) 양이 자신의 방 옷장 철봉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어머니 김모(40) 씨가 발견했다.

김 씨는 "새벽에 방문 틈으로 불빛이 보여 잠긴 물을 열고 들어가 보니 딸이 목을 매 숨져 있었고 책상 위에 유서 한 장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서의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일부 내용만 공개했다. 유서에는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들어 마음이 아프다. 부모님 죄송해요. 그동안 괴롭혀서 너무 미안해요. 심적으로 고통을 줘서 미안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김 씨는 "딸이 전날 저녁 다이어트를 이유로 밥을 먹지 않은 채 감기에 걸린 조카(6)에게만 밥을 먹여 (왜 밥을 안 먹느냐고) 핀잔을 주자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고 진술했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이 양은 4월 28일 방영된 SBS TV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3개월 만에 40㎏을 감량한 내용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양은 '40kg 감량 미녀'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와 3개월 만에 몸무게를 87kg에서 47kg으로 40kg이나 줄인 사연을 소개했다. 이 양은 87kg가 나가던 시절 모습을 실제 사이즈로 만든 모형 옆에 서 출연진들을 놀라게 했고 당시 입던 청바지를 가지고 나와 이를 다시 입어보이기도 했다.

살을 빼기로 한 이유가 뭐냐는 한 연예인의 질문에는 "뚱뚱해서 좋아하는 오빠한테 7번이나 차였다"며 "암으로 돌아가신 할머니께도 살을 빼 TV에 출연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 출연 이후 학교와 친구, 인터넷 등에서 '스타'가 된 이 양은 친구들에게 "가수가 되겠다"고 말해 왔다.

▽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려=학교 친구들은 "당시 프로그램 패널 중 한 명인 유명그룹 S의 멤버 중 한 명과 사진을 찍으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 결정적으로 인신공격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양은 이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

같은 반 친구는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그룹 S의 팬들로부터 하루 10여 통의 악성 전화와 문자를 받았고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도 평균 10개 이상의 악플이 올라와 무척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는 "집으로까지 협박전화가 걸려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네티즌들은 S의 팬클럽을 악성 댓글의 진원지로 규정하며 비난하고 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이 양이 중학교 남자 동기생들이 '지방흡입술을 받았다', '살 빼는 약을 먹었다'고 근거도 없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양이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이 양이 프로그램 출연 후 친구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악성 댓글 때문에 교사들에게 상담해온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양이 자살한 후 이 양의 친구들로부터 악성 댓글 때문에 고생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악플과 악의적인 소문, 지나친 다이어트 후유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정혜진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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