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미용성형 세금 혜택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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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2년 전 TV에서 한국을 ‘성형공화국’으로 묘사했다. 요즘 국내에선 성형수술을 소재로 한 2편의 영화가 화제다. 봉만대 감독의 ‘신데렐라’는 예뻐지고 싶은 여성의 욕망과 모성애를 공포 코드로 버무려 냈고, 김기덕 감독의 ‘시간’은 성형수술이 사람의 내면과 과거를 바꿀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성형수술을 다룬 영화가 이제야 등장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성형수술만큼 한국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 주는 키워드도 없으니까.

▷외모지상주의, 성의 상품화와 매스미디어의 저급성, 신분 상승의 욕구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 ‘성형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은 서울대 류인균 교수팀이 2003∼2004년 여대생 1565명을 조사했더니 53%가 성형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82%가 성형수술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5%는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고 해 ‘쌍꺼풀 수술은 대입 선물’이라는 항간의 얘기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 준다. 류 교수는 “성형수술은 내적 갈등을 신체에 대한 염려로 표현하는 과정”이라며 한국사회를 ‘신체이형(異形)장애 사회’로 진단하기도 했다.

▷미용·성형 수술비와 한방 보약 값도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의료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세제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진료 가운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과목에 대한 소득 파악률을 높여 세금 탈루를 막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그러나 성형수술에 대한 세금 혜택은 다른 환자와의 형평에 어긋날 뿐 아니라 가뜩이나 심한 성형 열풍을 더 부채질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이런 방안까지 내놓은 것은 대표적 고소득 전문직인 의사들의 탈세 혐의가 광범위한 탓이다. 많은 의사들은 세원(稅源) 노출을 꺼려 비보험 과목에서는 신용카드도 잘 받지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 성형수술이 세금공제 대상까지 된다니 성형공화국이 맞긴 맞나 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한다고 세원이 다 포착될 것 같지도 않지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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