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9>배(舟)와 시장(市場)

  • 입력 2004년 1월 27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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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점 등의 새로운 流通構造(유통구조)가 市場의 판도를 바꾼 탓에 이제 옛 시장은 ‘在來(재래)’라는 수식어가 붙은 채로 불린다.

하지만 市場 자체가 시간에 따라 변화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선, 市자의 뿌리를 찾아 가장 오래된 모습인 갑골문(왼쪽 그림)으로 가보자.

이 글자는 그간 무척 많은 변화를 겪은 글자라 한가지 학설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갑골문에서 市는 발(止·지)과 돛(帆·범)이나 바닥이 평평한 배(舟)로 보이는 형상을 그려 놓았다. 止는 오가는 행위를 뜻하고, 돛은 배를 상징한다. 옛사람들에게 동네와 동네를 이어주는 통로 구실을 했던 배는 가장 초기 형태의 교역인 물물교환의 장소를 뜻한다.

그러던 것이 주나라 때의 금문(오른쪽 그림)에 오면, 止와 八(여덟 팔)과 h로 구성된 형태로 변했는데, 이를 두고 근대의 임의광(林義光)은 “八은 나누다(分·분)는 뜻이고, h는 끌어들이다(引·인)는 뜻이다. 물건을 벌려 놓고 사람을 끌어 들이는 것이다”고 풀이 했다.

이 자형이 兮甲盤(혜갑반)이라는 청동기 銘文(명문)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西周(서주) 후기 때에는 이미 여러 물건을 벌려 놓고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이 출현했음을 알려준다.

그 후 다시 지금의 자형처럼 巾이 들어간 구조로 변했는데, 巾은 깃발을 상징한다. 巾은 ‘시장이 서는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 세워놓은 標識(표지)’로서, 거래 감독을 용이하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을 의미한다.

場은 土가 의미부이고 양이 소리부인 구조로, 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평지를 말한다. 하지만 양은 陽(볕 양)의 초기 글자로 제단 위로 떠 있는 태양을 그린 것임을 고려해 보면, 이는 태양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장소를 뜻하여 의미부의 기능도 함께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場은 곡식을 널어 말리던 햇볕이 잘 드는 평평한 마당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場所(장소)를 뜻하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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