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고령화 시대]인건비 부담 눈덩이 고용마찰 심화 우려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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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의 고령화는 사회 전반의 고령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청년층의 진학률 증가, 정부의 고령자 고용촉진 장려정책 등 특수한 요인으로 그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고령화에 비례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 사업주로서는 인력을 줄이거나 연봉제를 도입해 경비를 아껴야 하지만 강력한 노동조합이 있으면 벽에 부닥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되 임금을 낮추는 ‘임금피크제’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력의 고령화=종업원 1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노동부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청년층 근로자는 1990년 208만4745명(전체의 44.6%)에서 지난해 162만4442명(29.6%)으로 46만명 이상 감소했다.

반면 50세 이상 근로자는 같은 기간 36만2257명(7.7%)에서 72만2555명(13.1%)으로 급증했다.

노동력 고령화 현상은 부동산 임대업, 광업 등에서 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부 통계를 토대로 산출한 ‘고령화 지수(15∼29세 청년층 근로자에 대한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비율)’를 보면 2001년 기준 부동산 임대업은 73.2%, 광업은 71.9%였다. 이 지수가 70%이면 청년층이 10명일 때 고령자는 7명이라는 의미다.

▽고령화의 부작용=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많아지는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보편적인 상황에서 기업은 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또 퇴직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스스로 직장을 옮기는 근로자도 거의 없는 현대중공업의 올해 정년퇴직자는 400여명이지만 2, 3년 뒤에는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0월 14일 대의원 간담회를 열어 영남노동운동연구소에 의뢰한 ‘생산직 노동자의 고령화 경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사측이 1997년 이후 하청 근로자를 대폭 늘리는 대신 신규채용은 97년 9명, 98년과 99년 각각 2명, 2000년 97명, 2001년 89명, 2002년 776명에 그쳐 조합원의 평균 연령은 94년 31.3세에서 지난해 말 37.6세로 높아졌다.

노조는 이에 따라 사측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고용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령 근로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임금피크제=노동연구원 김정한(金廷翰) 연구위원은 4일 ‘임금피크제 도입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노동력의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을 임금피크제로 푸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금피크제의 유형으로 △정년고용보장형 △정년연장형 △고용연장형 등 세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정년고용보장형은 각 기업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정한 정년을 보장하되 그전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깎는 방식이다.

또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연장한 기간만큼 정년 전의 임금을 깎는 방식, 고용연장형은 정년이 돼 퇴직한 근로자를 계약직 촉탁직 등 비정규직으로 다시 고용해 상대적으로 싼 임금을 주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선택은 각 기업이 할 일이지만 우리 현실에 가장 적합한 모델은 정년고용보장형”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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